산업 기업

車반도체 수급난에 부품사 '돈맥경화'

반도체 수급난에 부품업체 절반이 자금난…"금융 대책 시급"

미래차 경쟁력 핵심인 전장·소프트웨어 역량 후진…지원 확대해야

대립적 노사관계 접고 장기적인 협력 틀 만들어나가야한다는 지적도

6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 14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자동차산업연합회6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 14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자동차산업연합회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 수급난으로 ‘돈맥경화’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완성차 업체들의 연이은 생산차질로 주요 부품업체들이 운영자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또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잉인력 해소, 노동경직성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고질적인 노사 갈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6일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8.1%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고, 72%는 수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고 전망했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20% 이내로 감산한 업체는 64.0%, 50% 이내로 감산한 업체는 36.0%였다.

응답 업체의 49.1%는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이 운영자금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정부와 금융권의 선제적 특단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 차질로 코나 등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을 7일부터 14일까지 일시 휴업하기로 했다. 노사는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휴업도 검토 중이다. 포드·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와 폴크스바겐·도요타·혼다 등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 업체도 모두 감산에 들어갔거나 향후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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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은 어긋난 수요 예측과 잇따른 자연재해로 갈수록 심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1분기 약 13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래차 전장 부품 조달에도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차의 전장 부품 점유 비중이 기존 내연기관의 2배를 넘는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국내는 공급망의 그물코가 헐거워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토요타는 미래차 트렌드에 발맞춰 1차 협력업체를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로 교체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전통적인 기계 부품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미래차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연구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관련 인력은 선진국에 비해 절대 부족한 실정”이라며 “미국은 친환경 자동차산업인력이 25만명이 넘고 독일은 자동차 엔지니어 수가 12만6,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실제 포드는 프로그래머 인력을 300명에서 4,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인력은 40명에서 2,000명까지 증원하며 인재 유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독일은 60조원, 일본은 45조원, 미국은 23조원을 자동차산업 R&D에 투자한 반면 우리나라는 8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부품업계 유동화회사보증(P-CBO) 지원 확대와 세금 납부 유예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막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관련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미래차 R&D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자동차 업계는 대립적인 노사 관계가 산업발전을 늦추고 있다며 정부에 세심한 정책 지원도 주문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을 두고 인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보통 30%에서 절반까지 부품 수가 적어 작업에 필요한 근로자 수가 더 적다. 해외 자동차 업계는 필요 생산 인력 감소 흐름에 맞춰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지만, 국내는 노조의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노조가 회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며 생산량 결정까지 세세하게 관여하고 기 때문이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수준으로 생산성을 보완하고,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 확대, 기획업무형 재량근로제의 도입, 특별연장근로의 대상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 한국GM 부사장은 “노사가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점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장기적인 노사관계의 틀을 만들고 협의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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