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가 부채 2,000조 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6일 발표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부채는 1,985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1조 6,000억 원(13.9%) 급증했다. 규모는 물론 증가 속도에서도 역대 최고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지난해 1,924조 원)을 넘어선 것도 사상 처음이다. 이번에 발표한 국가 부채는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빚(국가 채무·D1)에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의 현재 가치(연금충당부채) 등을 합한 것이다.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가장 포괄적인 의미의 나랏빚인 D4와 유사하다.
국가 부채 급증은 무엇보다 정부가 코로나19 등을 내세워 선심성 재정 살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분만 111조 원을 웃돌 정도다. 연금충당부채가 지난해 1,044조 7,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00조 5,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가 부채의 52.6%에 달하는 액수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대책이라며 공공 인력 증원에 나선 것이 고스란히 국민의 미래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결국 연금충당부채도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D4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106%를 넘는다는 경고를 흘려들을 때가 아니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4·7 보선을 앞두고 현금 퍼주기 경쟁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손실 보상 법제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실화하고 각종 현금 복지 공약을 쏟아낼 경우 국가 부채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경우 나랏빚이 급증하면 국가 신용도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또다시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망국적 포퓰리즘이야말로 미래 세대에 시한폭탄을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