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서·강북·관악·중랑·금천 등은 강남 3구와 2.6~11.8%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투표율이 가장 저조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강남 3구의 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강남 때리기’로 해결하려는 여당에 대한 분노가 어느 지역보다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을 집중 타깃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세 부담을 높인 데다 민간 재건축 규제를 겹겹이 씌운 것이 강남 민심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8시 기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전체 투표율(사전투표 합산)은 58.2%(잠정)로 집계된 가운데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강남·송파가 투표율 1~3위 등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서초구는 64.0%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61.1%), 송파구(61.0%) 60%를 돌파했다. 특히 강남구의 투표율 증가가 눈에 띄었다. 강남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68.7%의 투표율을 기록해 서울시 전체 평균인 68.1%와 엇비슷했지만 이번에는 평균보다 약 3%포인트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재건축 이슈가 관련된 지역이거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밀집해 있는 자치구들도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부동산’에 쏠려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다. 실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양천구와 노원구 역시 각각 60.5%, 60.0%를 기록하며 투표율 상위 지역에 포함됐다. 강남 4구인 동작구와 ‘마용성’으로 불리며 수 년간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마포구와 용산구도 투표율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서남권과 강북의 자치구들은 상대적으로 투표 열기가 높지 않았다. 금천구는 52.2%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중랑(53.9%), 관악(53.9%), 강북(54.4%), 강서(56.4%) 순으로 낮았다.
강남 3구의 높은 투표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과 민간 재건축 지연 등에 반대하는 해당 지역민들이 “분노 투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념적으로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지난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한 후 180석이 넘는 의석을 내세워 개혁 일변도의 정책을 강행한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해 총선에서 ‘치솟는 집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하기 전까지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할 핵심 변수로 분류됐다. 21대 총선에서도 서초와 송파는 종로·양천·동작과 함께 평균 투표율을 상회하며 상위 5개 지역에 포함되기도 했다.
강남 3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권 의원들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간곡하게 지지를 요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송파병을 지역구로 둔 남인순 의원은 “간곡하게, 절박하게 박영선 후보에 대한 투표를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이 밉다고 서울시민의 삶을 1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되지 않겠냐. 민주당에 주신 비판의 목소리 모두 가슴 아프게 받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강남 3구가 투표율 1~3위 등 상위권 석권했다는 것 자체가 정권심판론이 압도했다는 방증”이라며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구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여권 성향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 논란과 여권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 등이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의 투표 열기를 위축시킨 것도 지역별 투표율 차이를 야기시켰다”고 설명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