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IT 성지' 판교에서 사라진 공유킥보드, 왜?

지난해 8월 성남시 행정지도에 일제히 '철수'

"지자체가 '나가라'면 협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법·제도 확립돼야 지속성 있는 사업 추진 가능할 것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로 불리는 공유킥보드를 찾아볼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는 공유킥보드가 대중화 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카카오·엔씨소프트 등 국내를 대표하는 첨단 ICT기업들의 ‘성지’로 불리는 판교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7일 성남시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교에는 공유킥보드를 서비스하는 기업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판교는 공유킥보드를 서비스하기에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꽤 먼 거리에 흩어져 위치해있고 평지가 대부분이며, 새로운 기술에 친숙한 ICT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많아 수요이 풍부하다. 또 신도시인 만큼 도로 사정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에 따라 과거 빔, 씽씽, 알파카 등 주요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판교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모두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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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성남시가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요구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사업을 퇴출시킬 수 있는 법령은 없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성남시가 ‘행정지도’를 하자 결국 사업을 접은 것이다. 실제 서판교에 거주하는 한 ICT기업 개발자 박모 씨(27)는 “지난해 여름까지는 판교역 인근에 공유킥보드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남은 광역 교통량이 많고, 판교는 성남대로가 크게 뻗어 있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공유킥보드를 전기자전거로 취급하게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2월부터는 사업 재진입을 막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행정지도로 공유킥보드 업체가 철수하는 일은 성남시 외 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운대에서 강제 견인이 이뤄졌고, 올 3월에도 경기도 동탄에 진출해 있던 5개 업체가 모두 잠정 철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나가라'고 하면 협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스타트업이 행정소송 등 방식으로 지자체와 힘겨루기를 하기는 어렵다 보니 괜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접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업계 모두 애매한 상황인 만큼 관련 법과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지속성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인 이동수단의 법적 지위부터 수거 방법, 주행 조건, 안전장치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총괄 관리법으로 공유킥보드를 ‘제도권’ 내에 포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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