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로터리] 세계 일등 공항이 되려면,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인 이슈미얼과 고래잡이 배 피쿼드호의 선장이 보수에 대해 흥정을 하는 장면이다. 건강한 몸 하나 뿐인 주인공은 고래잡이로 얻은 총 소득의 300분의 1을 받기로 한다. 반면 작살잡이인 주인공의 친구 퀴케크는 90분의 1로 높은 배당을 받게 된다. 19세기 포경업에는 배를 마련한 투자자들과 선장, 항해사 등 운항 참여자들이 사전 약속된 비율대로 성과를 배분하는 원칙이 있었던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생산물을 만들 때는 자본과 노동이 투입된다. 거대한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 인천국제공항에는 출입국 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 공항 시설을 관리하는 공항공사와 자회사 직원, 항공사와 면세점 직원, 지상조업사와 물류 시설, 호텔 종사자 등 7만7,000명이 넘는 인력이 일하고 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채용 형태가 다양하고, 원도급과 하도급 등 보수가 결정되는 계약 형태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모두 지난 20년 간 인천국제공항의 성공을 이끌어 온 주역이라는 점에서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관련기사



채용의 형태와 보수에 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계속 발전하기에 적합한 인력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7년 이후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1년 개항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본사에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하고, 집행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는 민간 기업에 아웃소싱했다. 20년 간 운영한 결과 비용 절감에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지만, 전문성 축적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아웃소싱 회사들이 영세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할 만한 인사 체계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인천공항이 최고의 평가를 받더라도 부문별 운영자들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제조업에서 소재 부품산업은 취약하고 완성품 업체만 승승장구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비정규직 아웃소싱 인력 9,785명이 본사 또는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신분 보장이라는 포용의 측면이 아니라, 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좋은 기회로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관리부터 화물시스템 운영, 주차장과 셔틀버스 관리, 항행안전시스템 관리, 보안검색과 경비시스템, 터미널 청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 하나하나가 실력을 갖출 때에야 진정한 세계 일등공항이라 할 수 있다. 가덕도와 제주 신공항 논의 과정에서 유명해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파리공항공단의 자회사 중 하나다. 인천공항공사의 자회사들도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도록 키우고 배려하면, 머지않아 세계 공항 시장에 진출해서 명성을 높이게 될 것으로 믿는다.

/여론독자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사의 댓글(0)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