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성남자, 금성여자? 뇌에는 性이 없다

[책꽂이] 젠더 모자이크

다프나 조엘 외 1인 지음, 한빛비즈 펴냄

남녀 뇌구조 차이로 사고방식도 다르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식 접근에 문제제기

"뇌는 여성성도 남성성 다 지닌 모자이크"

'젠더 프리 사회로 가야' 논의 확장 돋보여





19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 ‘기질의 차이’를 뜻하는 표현의 제목으로 지금까지도 인용되고 한다. 여자아이는 인형, 남자아이는 공을 가지고 놀고 여자는 분홍색을, 남자는 파란색 계열을 좋아한다는 아주 단순한 구분부터 인지·정서적 능력과 흥미, 행동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다름’의 이유로 꼽히는 것이 바로 ‘뇌’다. 남녀의 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니 능력과 사고방식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은 신간 ‘젠더 모자이크’에서 ‘화성 남자 금성 여자’의 시각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결론을 내린다. “남성과 여성은 결코 화성, 금성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인간은 모두 지구라는 같은 별에서 왔다”고 말이다. 남자의 것과 여자의 것으로 범주화할 수 있는 뇌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책은 ‘모자이크 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우리의 두뇌는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기타 여러 특징이 섞인 고유한 조각들의 모임이라는 내용이다. 저자는 성인 1,400명의 두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분석한 결과, 뇌가 어느 한쪽 성별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저자는 “인간의 두뇌는 여자에게 흔하거나 남자에게 흔한 특징들이 섞인 모자이크일 뿐이다. 그리고 이 모자이크는 일생을 거쳐 변화한다”는 주장을 편다.

예컨대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공간 기억을 관장하는 뇌 구역인 ‘해마’가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 실험 결과 운전 경력이 길수록 해마는 더 커져 있었고, 해마의 크기가 커진 만큼 공간 기억이 증가했다. 오랜 시간 런던의 미로 같은 복잡한 거리를 운행하다 보니 이들 택시 운전기사의 뇌가 어려운 공간 경험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뇌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행동이 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젠더 모자이크’의 저자인 이스라엘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사진=Gal Hermoni‘젠더 모자이크’의 저자인 이스라엘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사진=Gal Hermoni



책은 ‘뇌 구조의 성별 차는 없다’는 연구 결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논의의 주제를 ‘젠더 프리(gender free) 사회’로 확장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생식기를 기준으로 한 구분처럼 남녀의 기질을 가르는 ‘젠더 이분법’, ‘성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현실 진단과 함께 젠더 구분 없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남자는 공 놀이, 여자는 동화 듣기 식의 구분처럼 ‘생식기의 형태’를 기준으로 아이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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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장난감을 ‘여자 아이용’, ‘남자 아이용’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 체인 ‘타깃’은 2015년 장난감 구역에서 성별 표시를 없앴고, 영국에선 ‘그냥 장난감이 되게 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해 장난감을 성별이 아닌 주제나 기능으로 분리하도록 촉구했다. 저자는 학교에서도 남자반, 여자반이라는 구분 대신 교실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든 아이들, 활동보다 교실에 앉아 있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구분해 이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작은 구멍에 끼워 맞추지 말고, 그들이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도록 젠더의 이름을 제거하자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런 노력이 차곡차곡 쌓인 미래의 모습도 그려 보인다. 성별이란 신장, 체중, 나이, 눈동자 색깔처럼 사람의 신체적 특징 중 하나를 묘사하는 용어일 뿐이며, 인간을 구분하거나 다르게 대우하는 데 쓰이지 않는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왼손잡이’ 이야기로 그 미래를 상상해 볼 것을 주문한다. 오래지 않은 옛날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신체·정신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졌고, 이 열등함을 설명하는 두뇌 결함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2021년인 오늘, 왼손잡이를 열등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얼마나 될까. 왼손잡이는 그저 육체적 특성에 대한 묘사, 왼손을 편하게 쓰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저자는 성별 또한 이렇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사례를 풍성하게 제시해 다소 딱딱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1만 6,5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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