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 분할을 위해 사흘간 거래가 정지되는 카카오(035720)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마감됐다. 지분을 투자한 두나무의 미국 증시 상장 검토 소식과 웹툰 사업 등의 성장성 호재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온 카카오가 액면 분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9일 전일 대비 1.82% 상승한 55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다. 카카오는 오는 15일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5 대 1 액면 분할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거래가 정지되고 15일부터 이날 종가의 5분의 1 가격으로 거래가 재개된다. 즉 한 주당 가격이 11만 1,600원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거래 정지를 앞둔 이번 주 거래량은 454만 주로 전주(187만 주)에 비해 142%나 급증했다.
카카오는 최근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 두나무가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한다는 소식과 글로벌 웹툰 사업 등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성장성 호재 등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실제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주가가 계속 상승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4.5%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액면 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될 카카오가 현재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는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액면 분할한 기업 71곳 중 한 달 뒤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24곳(34%)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주가가 하락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1주당 260만 원을 넘던 주식을 50 대 1로 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다. 증권가는 1주당 가격이 5만 원대로 낮아지면 개인투자자들과 유동성이 늘어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액면 분할 후 줄곧 4만~5만 원대를 오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2020년 1월께야 전 고점을 탈환했고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8만 전자’에 올랐던 것이다. 2017년 14만 4,283명이던 소액주주가 지난해 말 기준 215만 3,969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액면 분할의 효과가 결국 나타나기는 했지만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3년이 걸린 셈이다. 네이버 역시 2018년 1주당 75만 원이던 주식을 5 대 1로 액면 분할한 뒤 14만 원 수준으로 낮춰 거래를 재개했지만 약 한 달 후 주가는 11만 원 선까지 하락한 바 있다. 네이버가 전 고점을 확실히 회복한 것은 약 1년이 지난 2019년 9월 이후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액면 분할을 할 경우 거래 부담이 낮아져 소액주주가 늘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유통 물량 역시 크게 증가하게 된다”며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유통물 량만 늘어나는 것을 항상 호재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삼성전자·네이버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카카오는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데다 자회사 상장 등의 성장 모멘텀이 풍부해 증시의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주가 문턱을 낮추는 분할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가는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60만 원 이상으로 올려잡는 추세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최근 유료 콘텐츠와 핀테크·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격적인 투자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올해와 내년에 걸쳐 다수의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으며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본업의 성장 역시 가속화되면서 실적 성장과 모멘텀이 모두 부각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