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상황이 연일 악화하는 가운데 유엔 미얀마 특사가 아시아 지역을 방문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방문 대상국 중에는 미얀마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여겨지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어 중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9일 외신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가 이번 주 태국으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버기너 특사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도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두자릭 대변인은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버기너 특사의 방문 일정 및 기타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2월1일 쿠데타 사태 발발 이후 유엔 관계자가 미얀마가 속해 있는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해왔고, 지역 국가들이 단합해 미얀마의 안정을 가져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강조해왔다고 두자릭 대변인은 덧붙였다.
두자릭 대변인은 또 버기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면서, 미얀마 군부가 구금 중인 윈 민 대통령 및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만나게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기너 특사의 아시아 방문은 총격 등 군경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600명을 넘어섰음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규탄 구호만 되풀이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버기너 특사는 지난 1일 유엔 안보리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 내전 가능성이 커졌으며, 대학살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무엇보다 버기너 특사가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미얀마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행동이 있을지에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앞서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주 쿠데타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민주진영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관계자들과 전화 접촉을 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임시정부측과 대화 채널을 열길 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화하는 유혈 사태 속에서 중국이 향후 군부-민주진영간 중재 역할을 하게 될 지에 관심이 쏠렸다.
한편 CRPH가 임명한 진 마 아웅 외교장관 대행이 이날 유엔 안보리 관계자들과 비공식으로 만난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CPRH는 금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미얀마독립조사기구(IIMM) 책임자를 면담한 뒤 군부의 잔혹 행위와 관련한 증거들을 제출했다.
IIMM은 지난 2018년 9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구성된 독립 기구로, 미얀마에서 벌어진 국제법 위반 범죄의 증거를 수집·분석해 관련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꾸려진 단체다. CRPH는 이와 관련해 540건 이상의 초법적 처형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 △평화 시위대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의 광범위한 사용 △광범위한 불법 구금 등 전날까지 약 30만 건의 증거를 축적했다고 밝혔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