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도심으로 흐르는 하천에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사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천연기념물 제33호인 수달 4마리가 도심하천인 창원천과 남천 일대에서 서식하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지난 3월 31일 창원천에서 수달 1마리를 봤다는 시민제보에 따라, 이달 4일과 5일 창원천과 남천 일원에 대한 수달 서식실태를 정밀 조사한 결과 창원천에서 1마리, 남천에서 3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고 영상 촬영에도 성공했다.
수달은 전국의 강과 하천에서 과거에 흔하게 발견되던 족제비과 포유류이나 수질오염과 모피를 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1982년 11월 16일 전국 일원에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됐고, 2012년 7월 27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봉암갯벌 일원에서 수달 1마리를 시민이 영상으로 촬영한 사례는 있었지만, 도심하천에 대한 수달 서식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영상촬영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수달은 창원천~봉암갯벌~남천 일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으며, 하천의 상류까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천과 남천은 도심하천이지만 수질이 양호하고 서식하는 물고기도 많아 수달의 먹이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생태하천으로 조성된 곳이라 인위적인 영향이 적다는 것이 수달 서식의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창원천 고수 부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많은 시민들이 운동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달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편하게 쉬는 모습까지 영상에서 포착되면서 명실상부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달은 수생태계의 질서와 먹이사슬을 균형 있게 조절해 주는 핵심종이자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도심하천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것은 하천의 수질과 생물 다양성이 그만큼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성과는 지난 10여년 간 시민, 기업체, 학계,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도랑살리기, 하천 생태계 복원 등 생태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은어가 돌아오고, 11월에는 연어까지 찾아 왔다. 올해에는 도심속 한 가운데에서 멸종위기 1급 수달이 발견된 것이다.
시는 이번에 발견된 수달에 대해 생태계의 자생력을 믿고 인위적인 서식환경 개선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도심생태계 보호를 위한 워크숍 개최 등 시민교육과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산책로에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수달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달 개체수와 행동 범위 확인 등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유전자 다양성 확보를 위해 서식지 확대, IoT기반 생태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대책도 강구할 예정이다.
시는 도심하천의 생태계 회복을 가속화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해 12월 민·관·산·학 협의회를 구성하고, 시민생물조사단을 공모해 71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조사단에 대해서는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한 후 지난 3월 28일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는 도심하천의 동식물 전반에 대한 전문가 실태조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남녹색환경지원센터 연구과제를 요청해 4월부터 12월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조사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도심 속 생태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성무 시장은 “창원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심하천과 마산만 바다오염이 심각했는데, 작년에 은어와 연어가 올라오고 이번에는 수달 서식이 확인돼 이제는 공업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누구나 살고 싶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환경도시로 재탄생했다”며 “앞으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서식환경을 보호하고 개체수 증가를 위한 서식처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황상욱 기자 so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