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기술인 ‘시리(Siri)’ 개발에 참여한 뉘앙스커뮤니케이션스를 22조 원에 인수한다. AI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는 이날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첨단 음성 기술을 확보한 뉘앙스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197억 달러(약 22조 1,625억 원)로 주당 56달러로 평가됐다. 지난 9일 종가(45.58달러)에 프리미엄 23%가 반영된 것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MS는 2016년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서비스 링크드인을 27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인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1992년에 설립된 뉘앙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AI 음성 인식 전문 업체다. 애플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시리 출시에 참여한 것은 물론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원격의료에 쓰이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2020년(회계연도 기준) 매출 14억 8,000만 달러와 순이익 9,100만 달러를 기록해 직전 연도(2억 1,700만 달러 적자)에 비해 크게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MS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업계에서는 MS가 뉘앙스를 인수하면 AI가 환자의 의료 기록을 분석해 의사의 업무를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아누라그 라나 블름버그인텔리전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업이나 금융에 뒤처져 있는 헬스케어 부문의 디지털화를 MS가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인수에는 애플·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벌이는 ‘AI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MS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MS는 AI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최근 수년간 수천 명의 직원을 AI 분야에 투입했다. AI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이었다. 글로벌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MS는 2019년 AI 기반 온라인 광고 활성화를 위해 ‘프로모트IQ'를, 지난해에는 AI 기반 이미지 분석 기업인 ‘오리온시스템스’를 각각 사들였다. 다만 최근 5년간 MS가 인수한 AI 기업은 12개로 애플(25개)이나 구글(14개)보다 적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