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년 만에 절반 줄어든 긴급체포…인권수사 강화 평가 속 치안 공백 우려도

5년 전 1만 1,208건 등 1만건 웃돌다

지난해 6,692건으로 62%나 급감해

일선 경찰 "인권수사로 절차 까다로와"

전문가 "긍정적이나 치안 공백 우려도"

/이미지 투데이/이미지 투데이




중대한 범죄를 행한 피의자에게 도주·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을 때 영장 없이 이뤄지는 긴급 체포가 5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 체포는 과거 무분별하게 남발되면서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 인권도 중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긴급 체포가 크게 줄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마약, 폭행 등 즉각 대처가 필요한 사건조차 긴급 체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긴급 체포는 6,926건으로 지난 2016년 1만1,208건 대비 62%나 급감했다. 긴급 체포는 ▲중범죄 피의자를 대상으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시간을 제체할 수 없는 경우 영장 없이 체포하는 제도다. 주로 경찰 등 사법경찰관의 현장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긴급 체포할 경우 검사·사법경찰관은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일선 경찰에서는 인권 수사 강조로 긴급 체포 요건이나 절차가 까다로워진 게 급감의 가장 큰 배경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소재 지구대 소속 경찰 관계자는 “구속과 관련한 인권 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현행범 체포 때 절차나 요건이 까다로워진 편”이라며 “긴급 체포시 24시간 이내 압수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실무적으로도 까다로워 기피하기도 한다”고 말햇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부 자체적으로 인권 경찰 기조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긴급을 요하는 범죄가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구속 수사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법원이 구속 수사가 필요한지를 두고 과거보다 한층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도 긴급 체포가 감소한 요인이다. 경찰은 물론 검찰·법원까지 강제로 신체를 구속하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긴급 체포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수사 단계에서 재판을 받을 때까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면서 가급적이면 재판에서 인신 구속을 하는 형태가 됐다”며 “1심에서 판결을 확정하고나서 구속을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인권 수사를 강조할 수록 긴급 체포 절차에 대한 적법성이 엄격해지고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경찰 개인이 져야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급 체포 자체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점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신중권 변호사도 “긴급체포 요건에 맞지 않아도 수사 편의를 위해서 남용하던 과거와 달리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 기조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긴급 체포의 감소로 과거 잘못된 수사 관행이 바로잡히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작 긴급하거나 필요할 때 긴급 체포를 하지 못하면 피의자 도주나 증거인멸 등에 따른 수사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은 “남용되던 긴급 체포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형사소송법에 긴급 체포가 명시된 이유는 중대한 범죄에 대해 즉각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수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해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