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3·29 부동산 투기 재발 방지 대책’에 따라 택지지구 내 토지를 보유한 땅주인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토지 보유 기간, 사업인정고시일, 수용 시점 등에 따라 내야 하는 양도세가 천차만별이어서 세금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워져서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29 대책을 통해 택지 개발 등 공익사업에 따라 토지를 수용할 때 땅주인에게 주던 각종 세금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수도권 택지에 투자해 차익을 남기더라도 세금을 중과하면 투기 수요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전략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땅을 갖고 있던 지주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대책 발표 이전에는 땅을 2년만(사업인정고시일 기준) 갖고 있으면 이 땅이 비(非)사업용 토지여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해 세금을 중과(기존 세율 + 최대 20%포인트)하지 않았다. 땅을 강제로 수용 당하는 지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준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때 비사업용 토지는 나대지나 부재 지주 소유의 임야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쓰이는 땅을 뜻한다. 기존에 사업용 토지로 인정받았던 일명 ‘주말농장’도 내년부터는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땅을 5년 이상 갖고 있어야 이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땅을 산 지 2년을 넘겨 안심하고 있던 3~5년차 지주들도 자칫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4월 광명·시흥지구에 3억 원을 들여 땅(비사업용 토지)을 매입한 뒤 10억 원에 양도한 토지주가 있다고 하자. 현재 일정대로 신도시 사업이 진행되면 LH는 이 땅에 대해 내년 상반기 중 사업인정고시를 공고하고 보상에 착수한다.
사업인정고시일에 따라 토지 보유 기간이 결정되므로 이 지주는 보상 시기와 관계 없이 4년간 땅을 보유했던 것으로 인정받는다. 토지 보유 기간이 5년 미만이므로 사업용 토지로 간주받지 못해 세금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서울경제가 이장원 세무사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땅주인이 내년에 양도 차익 7억 원에서 최종적으로 물어야 할 납부세액은 4억 100만 원에 이른다. 양도 차익의 약 57%를 세금으로 토해내는 셈이다. 이는 이번 규제 강화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8%)도 받지 못하고 세율도 20%포인트 중과돼 62%까지 치솟은 데 따른 결과다.
만약 정부의 투기 대책이 없었다면 내야 할 세금은 2억 3,600만 원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책 발표 후라도 올해 안에만 수용이 이뤄질 수 있다면 이 토지주는 장특공제와 세율 52%를 적용받아 3억 100만 원만 세금으로 납부하게 돼 약 1억 원을 아낄 수 있다.
이 세무사는 “지금도 토지에 물리는 세금이 낮은 수준은 아닌데 불과 1년 차이로 납부세액 차이가 크게 증가하게 됐다”면서 “토지주들의 반발에 따라 신도시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광명시의 토지 전문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땅은 아파트와 달리 실거주 목적도 없고 월세를 받을 수도 없어 단기적으로 상당한 충격이 올 수 있고 신도시 사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