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가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15일 진단키트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달 코로나19 체외진단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4차 개정에서 개인용 진단키트의 임상적 성능 기준과 시험방법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는 전문가용 타액(침) 활용 진단키트에 관한 내용까지만 반영돼 있었다. 지난달 처음으로 개인용 제품에 관한 안내가 추가된 것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전문가용 코로나19 진단키트보다 개인용 진단키트에 대해 더 까다로운 임상적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용 항원진단키트는 민감도 80% 이상, 특이도 95% 이상을 충족할 것을 명시했지만 개인용의 경우 각각 90%, 99%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개 진단검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민감도'와 비감염자를 음성으로 진단하는 '특이도'를 기준으로 정확도를 평가한다.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음성으로 진단될 수 있고, 특이도가 낮으면 비감염자가 불필요한 자가격리를 하게될 수 있다.
식약처는 유전자증폭(PCR) 방식과 항체진단 방식에서도 개인용에 대해 전문가용과 같거나 그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식약처는 개인이 직접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까지 판독해야 하는 자가검사용 진단키트의 경우 임상에서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개발과 임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이 직접 채취한 검체 및 무증상자 검체를 확보해야 하는 조건에 대한 불만도 있다. 한 진단키트 업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을 수행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식약처가 제시하는 요건을 맞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의 자가검사용 진단키트 기준, 검체 채취 여건, 직접 결과를 판독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며 “검체 확보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임상 연구·허가절차 등 다양한 방안을 지원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할 경우 표준검사법인 PCR보다 감염자를 놓칠 확률이 높아져 방역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가검사 키트를 주기적, 반복적으로 검사한다면 민감도를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현미경을 사용해야 보이는 것이 돋보기로 백 번 본다고 보이겠느냐"며 반복 검사의 정확도 향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