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양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이날 재판에서 정인이가 양모의 학대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4일 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안모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정인이의 사인과 관련, 재감정에 참여했던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가 이날 공판에는 출석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정인이) 복부에 멍과 같은 흔적이 없는 점을 보면 속도가 낮은 미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수술로 팔에 힘이 없었다는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손이 아닌 발로 피해자의 복부를 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교수의 언급에 대해 양모 측 변호인 측이 "심폐소생술(CPR)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정인양에게 CPR을 해 복부에 손상이 생겼을 수 있지 않냐"고 질문했고, 이 교수는 "아무리 CPR을 몰라도 배를 누르는 사람은 없다"며 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정인이 몸에서 발견된 수 많은 골절을 두고는 "넘어지는 정도로 골절이 생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 뒤 정인이의 두피 출혈에 대해선 "길쭉길쭉한 상처는 전부 두드려 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팔뼈의 말단 부위가 완전히 부스러졌는데 이는 팔을 비틀어야 나온다"면서 "'으드득' 소리와 함께 탈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교수는 "장씨가 피해 아동을 '잘 울지 않은 애'로 평가했는데 갈비뼈를 다쳐 울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정인이가 택시로 병원에 이송되던 과정에서 '30초에 한번씩 호흡을 몰아쉬었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죽어갈 때 나오는 숨이 그렇게 몰아쉬는 숨"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형과 아동 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 전자 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확보된 증거들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무심하고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인 학대로 아이의 건강이 악화한 뒤에도 아무런 병원 치료도 받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법의학자와 부검의들의 소견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미 심각한 폭행으로 복부 손상을 입은 피해자의 배를 사망 당일 또다시 발로 밟아 치명상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장씨와 함께 기소된 남편 안모씨에 대해선 "아내의 학대 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하면서 피해자를 지켜줄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서 징역 7년 6개월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을 구형했다.
장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집착이 됐고, 그로 인해 아이를 힘들게 해 정말 미안하다"면서 "다만 지속해서 아이를 미워하거나 잘못되기를 바란 적은 맹세코 없다"고 주장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4일이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