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여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은 파르나스호텔이 투자자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1,200억 원 모집에 2,100억 원이 몰려 선방했는데요. 신용등급과 전망이 'A+(안정적)'으로 양호한 데다 개별 민평이 아닌 등급 민평을 기준으로 희망 금리를 제시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다소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파르나스호텔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을 기존 단기자금(전자단기사채)과 금융기관 대출 상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종 발행 금리는 희망금리 대비 15bp(1bp=0.01%포인트) 높은 2.16% 안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1~2.26% 대 단기차입금보다 금리는 다소 높지만 만기를 3년으로 늘리면서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국내 호텔사업자들 가운데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는 곳은 파르나스호텔(A+)과 호텔롯데(AA-), 호텔신라(AA-),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 등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영업 실적과 재무안정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이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지요. 호텔업 특성상 고정비 부담이 큰 만큼 꾸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만 수요예측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에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호텔롯데가 2,000억 원 모집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받으며 흥행했지만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연초효과와 높은 절대금리 등 환경적인 요인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르나스호텔도 지난달부터 시장 상황을 조심스레 지켜보다가 금리가 다소 높아지는 등 수요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이달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368억 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지요. 2019년 3,056억 원에 달하던 매출도 1,660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에 노출돼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단기성 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의 절반이 넘는(56%) 1,918억 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시장 자금 조달을 늘릴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고정비 부담이 여전한 한편 2022~2023년 코엑스 호텔 개보수로 700억 원 이상 자금 투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지요. 판교와 제주 등지에 설비자산을 임차하는 구조로 추가 비즈니스호텔도 개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가 지난해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약 6억 원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