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아파트가 부끄럽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6일 서울 강동구 A 아파트에서 집 앞 배송을 멈추자 "택배기사들에게 온 문자 중에 항의와 욕설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공개한 이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문자다. 일부 주민은 단지 앞까지 배송을 하는 택배기사에게 “고생한다”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택배기사가 14~15일 이 아파트 단지 앞까지만 물품을 배송 하자 주민들의 비난과 항의 문자가 쏟아졌다. '택배를 이용하지 않겠다' '분실되면 책임 질 수 있느냐' '지상으로 다니는 곳에서 일하라' 등이다. 결국 이 아파트 택배기사들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이날부터 집 앞 배송을 재개했다.
A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았다.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제한 높이 2.3m인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도록 했다. 당초 택배노조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대화를 통해 배송 방식의 절충점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택배노조 관계자는 "집 앞 배송 중단을 예고했던 날부터 오늘까지 어떠한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반복되는 아파트 지상 출입 제한과 저상 차량 배송에 따른 과로 문제를 A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른 아파트 단지 택배기사와 공동으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고용노동부에 저상차량 배송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택배 배송 갈등에서 빠져있던 택배회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할 방침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우리의 행동을 비난했던 주민도 있었지만, 지지했던 주민도 있었다”며 “택배는 국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가 된 것처럼 택배노동자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며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