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 은평·영등포·강북만 공급쇼크?…'공공개발' 4곳만 '바글'

<공공개발 3종 세트 분석해 보니>

전체 6.5만 가구중 4곳에 60%

강남·마용성 등은 1~2%에 불과

시중 수요 흡수에 큰 도움 안돼

"중심지역 신축 희소성 더 높아져

되레 집값 양극화 촉발 가능성

정비사업에 민간 참여 열어줘야"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2차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동대문 용두역·청량리역 역세권./연합뉴스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2차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동대문 용두역·청량리역 역세권./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재건축(1차)·공공재개발(1·2차)·도심공공복합개발(1·2차) 등 이른바 ‘공공 3종 세트’로 서울에서 6만 5,000여 가구의 공급 물량을 확보했지만 전체 가구의 60%가량이 자치구 4곳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핵심 지역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거의 없고, 일부 지역에 쏠리면서 시장 수요를 원활하게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개발이 ‘공급 쇼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국지적인 공급 폭탄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16일 서울경제가 다섯 차례로 나눠 정부가 발표한 공공개발 공급 후보지(도심공공개발·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물량(6만 5,153가구)의 60%가량이 은평·영등포·강북·동대문구 4곳에 몰려 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1차와 2차, 도심공공복합개발 1차와 2차, 공공재건축 1차 후보지 등 총 63곳을 발표했다.



◇10개 구에 전체 87% 집중…강남은 ‘외면’=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물량이 많은 곳은 은평구다. 이 지역에는 공공 3종 개발로 전체의 18.3%에 해당하는 1만 1,921가구의 부지가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어 영등포(16.07%), 강북(13.72%), 동대문(10.58%) 등의 순이다. 6만 5,000여 가구 중 이들 4곳에서 확보된 물량 비중이 58.67%에 이른다. 상위 10개 구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87.73%(5만 7,160가구)에 달한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강북이다. 대부분의 공급 물량이 강북, 그중에서도 특정 지역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 등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후보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로 ‘강남 3구’의 비중은 송파구에서 1곳으로 총 2.03%(1,329가구)에 불과하다. ‘마용성’에서는 용산구 공공재건축(강변강서 268가구)과 성동구 공공재개발(금호23구역 948가구) 등 2곳만 포함됐다. 마용성의 전체 물량 대비 비중은 1.86%(1,216가구)에 그쳤다. 아예 후보지가 없는 곳도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중구·구로구·마포구·강서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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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후보지가 강북권, 그것도 일부 특정 지역에 쏠린 이유는 사업성이 좋은 지역들은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북권에서 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의 상당수가 옛 뉴타운에서 해제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곳들이다. 한 전문가는 “뉴타운 해제 지역이 공공개발로 바뀌었다”며 “공급 쇼크는 강북에만 해당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급량 많지만 수요 흡수 제한적=정부가 내세운 공급량 자체는 부족한 수준이 아니지만 강북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이 집중되다 보니 시중 수요를 흡수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저가 주택을 찾는 수요는 상당수 흡수할 수 있게 됐지만 강남권이나 강북 주요 지역 내 수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개발에 힘을 싣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을 상대적으로 틀어막다 보니 정비사업 진행이 멈춘 강남 등 중심 권역에서는 신축 희소성이 더욱 높아져 가격 양극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들은 대부분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역들이다. 공급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유로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무리하게 용적률을 높여 가구 수만 늘려 놓으면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용적률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기반 시설이 양호하지 않은 곳에서 무작정 용적률을 높이는 것보다 적정 용적률을 찾아야 한다”며 “향후 계획 과정에서 보완이 이뤄지긴 하겠지만 난개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강남이나 서울 중심부 지역에서는 혜택을 주는 만큼 환수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공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민간 개발을 중심으로 개발 정책을 세우고 특별한 경우에만 공공이 참여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민간 정비사업도 공익적 효과가 분명한 만큼 억지로 막지 말고 민간과 공공이 각자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진정한 주택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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