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RPS)’ 상한을 기존 10%에서 25%로 높인다. RPS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발전사는 관련 비율을 맞추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으로 연간 4,000억 원가량의 비용이 추가 소요된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과속 정책’에 향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PS 상한을 높이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법 일부 개정안’을 공포한다고 19일 밝혔다. RPS는 지난 2012년 도입 당시 2%로 시작해 올해 9%로 높아졌다. 정부는 내년 RPS를 10%로 높일 방침이었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보다 가파른 상향이 가능해졌다.
산업부의 RPS 상한 확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외에도 민간 발전 사업자 수익 보전 차원에서 시행되는 측면이 강하다. 태양광 사업자 모임인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는 올 초 REC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며 산업부 청사 앞에서 수차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정부는 이번 RPS 상한 확대와 관련해 “REC 수급 여건을 개선하고 현물시장 가격 안정화를 통해 중소 신재생 발전 사업자들의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별도 집계된 태양광발전 종사자 수는 당시 1,265명에서 2019년 3,495명으로 3년 새 3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태양광 사업체 수는 557개에서 1,955개로 4배가량 늘었다.
최근 몇 년 새 이 같은 태양광발전 종사자 급증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과 관련이 깊다. 태양광 등 중소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태양광으로 생성한 전기를 한전에 납품해 1차 수익을 올리고 또 태양광 전기를 생성하는 만큼 발급되는 REC를 대형 발전사(발전설비 500㎿ 이상)에 판매해 2차 수익을 올린다. 대형 발전사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RPS를 준수하기 힘든 만큼 REC를 구매해 비중을 맞춘다. 중소형 태양광 사업자 입장에서는 REC가 일종의 발전 보조금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REC 가격이 최근 몇년 새 급락했다는 데 있다. 2016년 10월 1㎿h당 17만 4,267원까지 치솟았던 REC 가격은 2년 뒤 8만 2,725원으로 반토막 난 뒤 이달 3만 5,62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RPS가 연간 1%포인트 내외로 순차 상향된 반면 태양광 사업자들은 수년 새 곱절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REC 공급 과잉’으로 지난달 REC 가격이 사상 첫 3만 원대를 기록한 후 이달까지도 3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RPS 상향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RPS 관련 비용은 올해 3조 2,463억 원으로 4년 전 1조 6,120억 원 대비 2배가량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4년에는 RPS 관련 비용이 4조 2,811억 원까지 치솟으며 이후 RPS 상향이 지속될 경우 비용 상승 추이는 한층 가팔라진다. 결국 한전의 RPS 비용 지출에 따른 수익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가져가는 반면 관련 비용은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전 국민이 떠안는 셈이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설비용량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난해 15.8%에서 2030년 33.6%로 2배 이상 끌어올리기로 한 만큼 이번 RPS 상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거래 시장 정착은 물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시장을 지나치게 컨트롤하면서 시장에서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위주의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시하면서 민간이 갑작스레 뛰어들고 관련 수익이 악화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만큼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