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구용] 스팸 뚜껑 사라진거 아니었어?


※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화제몰이를 했던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 기억나세요? “스팸에 플라스틱 뚜껑이 꼭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품은 72명의 소비자들이 스팸 뚜껑 585개를 반납하면서 ‘습관성 플라스틱 사용’ 문화에 반기를 든건데요. 이에 대해 CJ제일제당과 동원F&B같은 통조림 햄 제조 업체들이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겠다고 쿨하게 나오면서 사태는 훈훈하게 마무리 됐었죠. 그런데 얼마 전 동네 마트 진열대에서 노란 뚜껑을 쓴 스팸이 진열돼 있는 걸 봤어요. 어라? 다 없어진다고 한 거 아니었나? 언제 없어지는 거지? 그래서 친환경 뉴스레터 <지구용>이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 이후의 스토리를 알아봤어요.

우리 동네 슈퍼엔 아직 스팸 뚜껑 있던데?


예전 기사를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명절 선물세트, 그 중에서도 2종만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다는 얘기였더라구요. 1년에 한 두번 주고 받는 명절 선물세트부터 먼저 뚜껑을 없앤 이유가 무엇일까요? 명절 선물 매출이 캔햄 전체 매출에서 생각보다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스팸 매출이 4,200억원인데 이 중 60%가 설·추석 명절 매출이거든요. 박스와 트레이 등을 사용해 선물 포장을 추가로 하기 때문에 제품 파손 위험도 적고요. 지난해에는 제조사 별로 1~2종류에 불과했던 플라스틱 뚜껑 없는 명절 선물세트는 올해부터 더욱 늘어날 예정인데요.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 스팸 선물세트의 80~90%, 내년 설에 100%에서 뚜껑을 완전히 없앤다는 소식! 더불어 노란 뚜껑이 있는게 당연했던 선물세트 이미지에서도 뚜껑을 모두 지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동원F&B도 플라스틱 뚜껑 없는 선물세트를 늘릴 계획이고요. 만약 이번 명절 선물로 캔햄을 구매한다면 꼭 플라스틱 뚜껑 없는 세트를 고르기로!

그래서 플라스틱 얼마나 줄였냐면


그렇다면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였을까요? 또 환경에는 얼마만큼 도움이 됐을까요? 이 부분도 기사가 나와있어요. 하지만 지구용이 체크해보니 기사로 알려진 감축 결과는 스팸 뚜껑만 계산한게 아니더라고요. 지난 추석 이후 기사화된 내용을 보면 감축한 플라스틱은 173t(이산화탄소로 치면 282t)이었는데, 이건 스팸 뚜껑 외에 선물 트레이 축소·플라스틱 쇼핑백 종이로 변경·스팸말고 다른 선물세트 다 포함된 감축량이라는 사실. 순수하게 스팸 뚜껑만 보면 2020년 추석과 2021년 설 통틀어서 플라스틱 20t을 줄였다고 해요. 전체 감축량에 비하면 적은 양이죠? 하지만 스팸 뚜껑 하나 무게를 생각하면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팸 뚜껑 하나의 무게는 단 5.5g에 불과해요. 단순 계산으로 하면 무려 363만6,363개의 플라스틱 뚜껑을 줄인 셈이죠. 플라스틱을 줄이길 원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일으킨 변화, 참 대단하죠? 물론 아쉬운 점은 여전히 많아요. 가장 큰 문제는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에서 플라스틱 뚜껑이 사라질지 아직 기약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플라스틱 뚜껑 하나 완전히 없애기, 대체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지구를 지키는 소비자 모임 ‘쓰담쓰담’에서 지난해 진행한 스팸 뚜껑 반납 운동 이미지. /지구용지구를 지키는 소비자 모임 ‘쓰담쓰담’에서 지난해 진행한 스팸 뚜껑 반납 운동 이미지. /지구용


뚜껑 하나 없애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일?


제조사에 문의했더니 뚜껑을 없애도 제품이 파손되지 않는지 다양한 실험을 해야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대요. 여기엔 CJ제일제당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요. 2005년 6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플라스틱 뚜껑 없는 스팸을 판매했다가 고객 클레임이 4배나 늘면서 뚜껑을 다시 소환한 적이 있거든요. 다행이 이제는 캔 안정성이 업그레이드 돼 그런 우려는 많이 없어졌대요. 이제 남은 건 스팸 뚜껑을 없애자는 소비자들의 광범위한 공감대! 사실 여전히 스팸 뚜껑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도 있어요. 남은 햄을 보관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큰데요, 사실 CJ제일제당 본사에서도 남은 햄을 깡통에 그대로 보관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대요. 올바른 보관 방법은 밀폐용기에 별도로 보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스팸 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재활용 분류 작업자들이 손으로 집어내기 어려워 대부분이 재활용이 되지 않아요. 분리수거 잘 했다고 끝이 아니란 거죠. 결국 이런 악순환을 막을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빨리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는 것이란 얘기에요. 그리고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이 보여줬듯, 이 변화를 조금 더 앞당기는 건 바로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라는 사실 항상 잊지 마세요! <지구용>도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잊지 않고 지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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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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