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 미중 수교 전까지 중국을 대표하던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을 ‘대만 당국(Governing Authorities on Taiwan)’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그러나 대만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커질 가능성을 염려해 기존에 중화민국과 체결한 미중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는 대신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국가 간 조약이 아닌 미국의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에는 ‘대만 국민의 안전이나 사회·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어떤 수단이나 강압에 대해 미국이 저항할 능력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미국이 유사 시 대만에 개입할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중국에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할 수 있는 근거도 이 법에 들어 있다.
미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장 이후 대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에 맞서 대만관계법에 더해 대만여행법·대만보증법 등을 잇따라 제정했다. 이 가운데 대만보증법은 무기 판매 상시화 등으로 대만의 비대칭 전력 구축을 지원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5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관계법 제정 42주년을 계기로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보내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대표단의 일원인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은 “바이든 정부가 대만의 자위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최근 열린 미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 채택에 앞서 대만관계법을 언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대만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일본 측의 반대로 성명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에 쿼드 참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가치 동맹 차원에서 쿼드 참여를 적극 수용하되 국익을 위한 요구도 당당하게 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