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넷마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에 나선다. 수요 예측에 흥행하더라도 공모가는 희망 범위 내에서 확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목표 기업 가치는 7조 원, 자금 조달 금액은 2조 원 이상을 제시했다. 최근 전기차용 분리막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SKIET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IPO 기자 간담회를 열고 2,139만 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주당 공모가는 7만 8,000~10만 5,000원으로 최대 2조 2,46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22~23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 28~29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며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JP모건이다.
눈에 띄는 것은 노재석 SKIET 대표가 공모가를 가급적 희망 범위 안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다. 그는 기자와 만나 “수요 예측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당초 제시한 희망 범위 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관 청약에 흥행하더라도 당초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무리하게 공모가를 확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기차 및 정보기술 기기 관련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IET는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로 꼽힌다. 2017년 넷마블(2조 6,617억 원) 이후 최대 규모의 공모에 나서면서 수요 예측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일부 기관들은 이미 수요 예측 참여를 결정하고 확약 기간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인 10만 5,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SKIET의 상장 기업 가치는 약 7조 4,862억 원이 된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을 몰고 온 빅히트(약 4조 5,700억 원)는 물론 SK바이오사이언스(약 4조 9,700억 원)의 공모가 기준 몸값도 훌쩍 넘는 셈이다. SKIET는 전기차 분리막 사업을 앞세워 투자자들에게 몸값을 설득하고 있다. 테슬라·폭스바겐·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면서 꾸준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기차 생산 기업보다 그 수가 적다”며 “특히 티어1 분리막 제품의 경우 2023년부터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모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구주 매출(1,283만 4,000주)과 신주 모집(855만 6,000주)으로 진행된다. 노 대표는 구주 매출 규모가 다소 많다는 지적에 대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자금으로 배터리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모회사의 배터리 사업이 확충되면 (납품 물량이 늘어) SKIET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PO로 유입되는 9,000억 원가량의 신규 자금은 폴란드법인 분리막 생산 설비 확충에 투입한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