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탄소 감축, 美 책임이 더 크다”는 中 시진핑…기후 문제도 미중 갈등 빚나

기후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입장'만 강조

새로운 제안은 없어…강화된 안 내놓은 美와 비교

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모습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위에 검은색 마스크를 한 사람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신화연합뉴스22일 화상으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모습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위에 검은색 마스크를 한 사람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면서도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 등 선진국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논리를 폈다. 양국의 공통 관심사항으로 인식됐던 기후 문제에서도 미중 양국 인식에서 갈등의 여지가 나타난 셈이다.



시 주석은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후 화상 정상회의 연설에서 “최근 중국과 미국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듯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난주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의 방중으로 합의된 미중 공동성명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도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지난해 9월 공개한 중국의 장기 목표를 다시 한번 제시하면서 실천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진일보한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중국이 약속한 탄소 배출 정점과 중립 사이의 기간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짧다”며 “중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힘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기후 대응의 핵심인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다. 그는 “글로벌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으로 책임을 지되 차별화된 책임을 지는 원칙’이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진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의 녹색·저탄소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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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층 강화된 제안을 내놓은 것과 비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미국이 기후변화 대처를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면서 "2030년까지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새로운 목표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25년까지 26~28% 낮추겠다는 발표보다 한층 진일보한 내용이다. 글로벌 환경 문제도 미국이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실제로 기후 문제에서도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대립해 왔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2위의 탄소 배출 국가다. 이와 관련, 미국은 현재 시점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라는 점을 근거로 중국의 의무를 한층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해 놓은 만큼 선진국들의 탄소 저감 의무가 더 크다는 식의 논리를 펴왔다.

다만 시 주석은 향후 대기오염의 주역인 석탄 발전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면서 14차 5개년 계획 기간(2021∼2025년)에는 석탄 사용의 증가세를 꺾고, 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에 본격적으로 석탄을 줄일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나 된다.

한편 시 주석은 비록 화상 연결 방식이지만 지난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서로 처음 얼굴을 직접 바라보고 마주했다. 그렇지만 시 주석의 연설 차례가 됐을 때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별도의 인사를 하거나 짧은 대화도 따로 주고받지는 않았다.

시 주석도 연설에서 기후 문제 외에 그동안 미중 갈등 사항이던 무역과 기술, 인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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