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니 실종 잠수함, 산소고갈까지 단 하루뿐…전세계 도움 손길 이어져

53명 탑승한 잠수함 연락 두절된 지 48시간 지나

해저 600m까지 가라앉았을 수도…韓도 지원 의사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KRI 싱가'가 22일(현지시간) 동자바주의 반유왕이 항구에서 실종된 해군 잠수함 'KRI 낭갈라 402호'의 수색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전날 발리섬 인근 해역에서 53명을 태우고 훈련하던 독일제 잠수함 낭갈라함과 연락이 두절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KRI 싱가'가 22일(현지시간) 동자바주의 반유왕이 항구에서 실종된 해군 잠수함 'KRI 낭갈라 402호'의 수색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전날 발리섬 인근 해역에서 53명을 태우고 훈련하던 독일제 잠수함 낭갈라함과 연락이 두절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53명을 태운 채 48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두절된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낭갈라함(Nanggala)을 찾기 위해 전세계 여러 나라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구조함이 현장으로 출발했고, 미국은 공수팀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한국과 독일, 프랑스, 터키, 러시아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3일 인도네시아 해군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독일산 재래식 1,400t급 잠수함 낭갈라함은 지난 21일 오전 3시 25분(이하 자카르타 시각 기준)께 발리 북부 96㎞ 해상에서 어뢰 훈련을 위해 잠수한 뒤 실종됐다. 탑승자는 49명의 승조원과 사령관 1명, 무기 관계자 3명이며, 낭갈라함은 해저 600∼700m까지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낭갈라함은 잠수 도중 침수가 발생해 전력이 끊기고, 통제력을 잃어 심해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해군 최고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낭갈라함의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산소 비축량은 72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토요일 오전 3시가 구조 시한"이라며 수색·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해경이 22일 불레렝주의 셀루칸 바왕 항구에서 실종된 해군 잠수함의 수색 작전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인도네시아 해경이 22일 불레렝주의 셀루칸 바왕 항구에서 실종된 해군 잠수함의 수색 작전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낭갈라함은 건조된 지 40년이 지난 재래함이고, 최대 잠항심도가 250m인 탓에 600∼700m까지 내려갔다면 선체가 이미 찌그러져 탑승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낭갈라함은 실종된 지 만 48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실종 추정 해역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인도네시아 국영 PAL조선소가 공동 건조한 잠수함 '알루고로(Alugoro)'함 등 잠수함 2척과 군함 20여척, 해저 광산 탐지선, 헬리콥터 등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돼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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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는 주변국들에 도움을 요청했고, 응답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잠수함 지원·구조선(MV Swift Rescue vessel)은 24일, 말레이시아의 잠수함 구조함(Rescue Mega Bakti)은 26일 도착할 예정이다. 인도 해군도 전날 잠수함 지원·구조선을 발리 해역으로 출항시켰고, 호주는 군함 두 척을 보냈다. 미국 국방부는 "낭갈라함의 실종에 안타깝다. 탑승자, 가족들에게 마음을 보낸다"며 공수팀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인도네시아군에 구조지원 의사를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요청하면 잠수함 등의 구조함인 통영함과 기뢰 탐지·제거가 가능한 소해함 등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에 도착하려면 거리상 10여일이 소요된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의 정연수 국방무관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한국에 사의를 표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한국이 어떤 장비를 지원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밖에 독일, 프랑스, 터키, 러시아가 인도네시아에 지원을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인근 해역에서 훈련 도중 연락이 두절된 독일산 재래식 잠수함 'KRI 낭갈라 402호'가 2014년 10월 6일 동자바섬의 투반 인근 해상을 항해할 당시 모습. 인도네시아 해군은 21일 잠수함 수색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인도네시아 발리섬 인근 해역에서 훈련 도중 연락이 두절된 독일산 재래식 잠수함 'KRI 낭갈라 402호'가 2014년 10월 6일 동자바섬의 투반 인근 해상을 항해할 당시 모습. 인도네시아 해군은 21일 잠수함 수색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낭갈라함이 해저 600∼700m 이상 심해에 가라앉았다면, 선례를 고려해볼 때 위치를 찾아내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해역 주변은 수심이 1,500m가 넘는 곳도 있다. 앞서 2017년 아르헨티나 해군 잠수함 'ARA 산후안'호가 44명을 태운 채 실종되자 심해 수색 전문업체가 투입돼 1년 뒤 해저 907m 지점에서 동체를 찾아냈으나 인양은 이뤄지지 못했다.

낭갈라함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낭갈라함(#KRINanggala402)’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이며 끝까지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한편, 낭갈라함 실종 사고가 발생하자 인도네시아군 수뇌부는 국방장비 현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국방장비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보강 문제가 시급하다"며 "육·해·공군 모두 현대화를 하고자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국가지만,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1980년에 건조된 독일산 짜끄라와 낭갈라함,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1∼3번함 등 5척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에 2차로 주문한 1,400t급 잠수함 3척과 관련해 지금까지 계약금 납입 등 아무런 이행을 하지 않던 상황에서 낭갈라함 실종 사고가 발생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박신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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