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구체적 방향성을 두고 내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 관계자는 26일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가상화폐 문제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점검해 이를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이번 주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책위가 먼저 이 문제를 들여다본 뒤에 기구 설치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이 이처럼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선 이유는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언급 이후 20∼30대를 중심으로 '코인 민심'이 무섭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4·7 재보궐 선거에서 등 돌린 2030 민심의 '뜨거운 맛'을 보았다.
민주당은 우선 가상화폐의 개념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정립하고 거래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당내에선 분노한 '코인 민심' 수습을 위해 '은성수의 난'으로도 불리는 거래소 폐쇄 같은 강경책엔 거리를 두고 '작전세력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영환 비대위원은 "거래소 폐쇄 같은 경고성 메시지로 투자자 불안을 가중하는 것보다 가상자산의 투명성과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재산 은닉이나 가격 조작 등의 불법 행위 차단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암호화폐의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신이 낸 암호화폐 거래소 인허가제 도입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큰 틀의 방향에선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각론을 두고는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규제 일변도로 가면 악화한 코인 민심이 폭발해 자칫 내년 대선에 악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교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큰 등락 폭으로 '코인 개미' 피해가 속출하고 투기 세력이 판을 치도록 방치한다면 더 큰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제도가 정비될 때까진 가상화폐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 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과세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된다는 반론도 크다.
한 원내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일종의 가상금융 상품이나 자산으로 규정하고 거래 시장을 투명화 해 투자자가 입을 수 있는 폐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년 세대가 코인 시장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시장이 투기판에 가까운 만큼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대책 안을 먼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