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내 골프장의 유례없는 호황이 이용객 수로도 확인됐다.
26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에 다녀간 이용객이 4,67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의 4,170만 명보다 약 503만 명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집계에서 빠진 34곳, 378개 홀 규모의 군(軍) 골프장(체력단련장)과 미군 기지 골프장을 합치면 한국은 골프장 이용객 5,000만 명 시대를 맞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전년 대비 이용객 증가율은 무려 12.1%에 달한다. 2015년 3,551만 명에서 2019년 4,170만 명까지의 연 평균 약 3% 증가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2030세대와 여성 골프 인구 유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은 골프장에 반사이익을 안겨줬다. 밀집도가 낮아 비교적 안전하고 청정하다는 인식 속에 골퍼들이 대거 몰렸고, 해외 골프 여행 원천 봉쇄에 따라 국내 골프장은 사계절 내내 붐볐다. 젊은 세대의 골프 참여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15일까지 자사 골프 용품 구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구매 고객 중 49.5%는 2019~2020년 한 번도 이마트에서 골프 용품을 구매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이며, 특히 이 기간 신규 고객 중 61.9%가 2030대였다. 소셜미디어에는 골프 초급자를 뜻하는 ‘골린이(골프+어린이)’와 여성 골퍼의 골프장 인증 샷이나 초보 골퍼를 위한 영상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다른 소비를 하지 못해 억눌려 있다가 골프에 돈을 쓰는 보복 소비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장의 경영지표가 되는 홀당 평균 이용객은 4,776명으로 2019년의 4,391명보다 8.8% 늘었다. 대중제(퍼블릭) 이용객은 3,058만여 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65%를 차지했다. 대중제 골프장은 341곳으로 회원제(160곳)의 갑절이 넘는다. 18홀당 이용객으로 환산하면 대중제는 평균 7만 9,956명(홀당 4,442명), 대중제는 8만 9,514명(홀당 4,973명)으로 대중제보다 11.9% 많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홀당 5,707명(18홀 10만 2,7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가 홀당 3,388명(18홀 6만 984명)으로 가장 적었다.
한편 수요가 급증한 틈을 타 골프장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 골퍼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특히 ‘무늬만 대중제’ 골프장들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중제 골프장의 영업 이익률은 무려 40.4%로 회원제(18.1%)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지난해 국내 상장 기업 평균 영업 이익률은 5.5%였다. 대중제 골프장은 개별소비세와 재산세 혜택 등을 따지면 회원제에 비해 이용객 1인당 약 3만 7,000원의 세금을 덜 낸다. 하지만 세금 감면 취지에 맞지 않게 일부 대중 골프장들은 그린피나 카트 이용료 등을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중제 골프장이 세금 혜택은 누리면서 그만큼 요금을 인하하지 않는 건 개선돼야 한다”며 “그린피와 카트피를 분리해 요금이 싸게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 일본처럼 그린피와 카트피를 통합한 ‘플레이피(play fee)’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는 골프 관련 단체 등이 나서 골프의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 이용료의 과도한 인상은 젊은 층의 유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로 다수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과도한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모습은 좋지 않다”며 “소외된 이웃을 보듬거나 골프의 미래를 위해 주니어 골퍼를 육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창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협회 정기 총회에서 “골프장이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도록 협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영·김세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