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대권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4·7 재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당권 투쟁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 등을 두고 “개탄스럽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당이 이렇게 가면 민심에 버림받는다”며 위기감과 지속적인 쇄신을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김 전 위원장과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식사를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원 지사는 회동에서 “똑같이 걱정했다.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는 말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심을 담을 인물과 세력, 그게 국민의힘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과연 그게 어떨지 굉장히 괴로워하더라”며 김 전 위원장의 최근 심경을 전했다.
원 지사 역시 “지금 국민의힘은 어느 게 앞이고 어느 게 뒤로 가는 건지, 민심이 주는 신호등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4·7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 건의한 점과 서병수 의원이 제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 등을 예로 들며 “수구적인 모습을 못 버리면 다시 민심에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개인적 이해관계, 옛날에 자기가 모시던 사람(전직 대통령), 이런 것에 국민은 관심이 없다”며 “뭐가 우선인지, 뭐가 옛날이고 뭐가 미래인지, 분간을 못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 지사는 김 전 위원장이 돌아와 다시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언제까지 부모가 뒤를 돌봐주고 과외 선생님이 과외를 해줘야 하나. 이제는 자기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대선 국면이 열릴 때 지금 여당으로는 안 되겠으니, 심지어 여당 주자 중 일부가 (김 전 위원장에) 전화를 한다더라”고 전했다.
한편 원 지사는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 “자기 검증과 국민에 대한 자기 증명을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선거를 한 번도 안 해 본 분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