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89> 글로벌 대기업도 규제리스크 예외없어...정부에 밉보이면 '팽'

■ 알리바바·테슬라는 왜 中에 찍혔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요즘 중국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나쁜 의미로) 두 기업이 있다. 바로 알리바바와 테슬라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이고 테슬라는 중국에 핵심적인 매출을 가진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다. 업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한때는 각종 혜택의 수혜자였다가 갑자기 박힌 미운털로 고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생하는 방식은 다소 다르다. 중국 관영 매체를 보면 연일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로 가득 차 있다. 테슬라 전기차가 불량으로 중국 소비자를 괴롭힌다며 관영매체를 동원해 연일 때린다. 반면 알리바바는 보도 통제가 돼 있어 오히려 조용하다. 대신 내부적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얻어맞고 기업구조 변화까지 강요받고 있다. 중국내 애국심 고취를 위해 미국 기업 티깃이 필요할 때 나타난 테슬라와 그래도 자국 기업인 알리바바의 차이점이다.

알리바바와 테슬라를 보면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 및 정부와 쿵짝이 맞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이들의 권위에 도전한다든지 ‘아차’ 하는 순간에는 바로 어긋난다. 알리바바와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과거 영향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테슬라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산 전기차 업체가 속속 나오고 있고 미국과 각을 세우는 중국 정부에 미국기업 간판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알리바바는 더 어렵다.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은 포화상태인 데다 ‘디지털 위안화’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중국 정부가 직접 만들고 있다.

마윈(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 2018년 12월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식’에서 유공자로 상을 받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보인다. /AP연합뉴스마윈(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 2018년 12월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식’에서 유공자로 상을 받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보인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과 떼어 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자신도 거부가 된 마윈은 중국에서 ‘재신(財神)’으로도 인식될 정도의 인물이다. 재신급으로 중국에서의 가장 최근 인물이 마윈이다. 마윈 직전의 재신은 마오쩌둥이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인식하는 모순이 있다. 중국으로서는 알리바바가 경제성장을 위한 유용한 통치 도구였지만 이미 너무 커져 버렸다는 것이다. 마윈의 톡톡 뛰는 말과 행동도 공산당 지도부가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와 마윈의 악연은 오래됐다. 양측 간의 모순은 지난 2015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마윈 간에 불협화음으로 외부에 가시화됐다. 당시 다보스포럼에서 리 총리가 연설하는 가운데 마윈은 맨 앞자리에 배석했는데 “리 총리가 연설 전후에 마윈과 악수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가 나온 것이 발단이다.

철저한 관존민비 권위주의인 중국적 상황에서 이는 마윈에게 심각한 시그널이었다. 마윈은 그 전해인 2014년에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시키면서 중국 최고 부자로 올라섰다. 중국을 찾는 외국 고위인사들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 관료보다 마윈을 만나려고 더 애쓰고 중국 관련 사업에도 그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비록 알리바바지만 이마저도 국가의 창작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공산당으로서는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은 곧바로 내놓은 백서에서 “알리바바 오픈마켓에 짝퉁 유통이 만연하고 직원들의 뇌물수수도 문제다”고 지적하며 경고했다.

중국 기업들도 갑자기 부상한 알리바바를 견제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공격적 금융 진출에 중국 국유 상업은행들의 불만이 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금융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은행들이 정부에 제지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사업 확대로 부담을 느끼는 분야들도 속출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당시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알리바바나 중국 정부나 서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통제를 위해서는 알리바바가 수집한 빅데이터가 필요했고 알리바바도 사업확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묵인이 필요했다. 중국 가정들은 전기료나 수도료 등 생활요금 자체를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통해 내는데 이는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사건은 금융부문에서 터졌다. 중국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알리바바의 주도권이 중국 정부로서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마윈은 계속 중국 업계의 중심인물로 이목을 끌었다. 마윈은 2019년 9월 자신의 55번째 생일에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조기 퇴진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앞서 2018년 12월 이른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가 수여하는 ‘유공자’가 되면서 절정기를 맞았다. 마윈 자신이 공산당원이기도 하다.

자신감 반 쫓김 반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보수적인 금융시스템을 직격했다. 그는 “좋은 혁신가들은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은 두려워한다”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해나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 국유은행들이 충분한 담보가 있어야만 대출을 해주는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대놓고 조롱했다. 당시 금융서밋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고위직들이 줄줄이 앉아있었다.

마윈이 이날 이렇게 강하게 나간 것은 그의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강화에 대해 불안을 느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한다.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인데, 이 회사는 금융보다는 핀테크로 불린다. 즉 금융보다는 IT로 분류되면서 중국 정부의 금융규제를 교묘히 피해왔다.



중국 정부가 핀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 하자 마윈이 선수를 쳤다는 것이 그날 사건에 대한 해석이다. 여전히 마윈은 알리바바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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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반독점법’ 개정 기사를 실으면서 표지 사진으로 알리바바 이미지를 썼다. 개정 반독점법이 알리바바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글로벌타임스지난 3월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반독점법’ 개정 기사를 실으면서 표지 사진으로 알리바바 이미지를 썼다. 개정 반독점법이 알리바바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글로벌타임스


이번에 중국 정부는 2015년과 다르게 행동했다.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2일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을 한꺼번에 소환 질책한 ‘웨탄’을 통해 앤트그룹의 금융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앤트그룹이 IT 기업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도 받지 않고 돈놀이를 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앤트그룹의 홍콩과 상하이 기업공개(IPO)를 전격 중단시키는 강수를 놓았다.

이 뿐만 아니었다. 앤트그룹를 ‘금융지주사’로 바꾸는 구조조정을 요구해서 관철 시킨 것과 함께 지난 10일 알리바바에 반독점 위반혐의로 3조원대의 벌금을 부과했다. 알리바바에서 마윈의 퇴출까지 공공연히 거론할 정도가 됐다. 마윈은 이번에는 풀이 죽었다.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납작 업드렸다. 물론 마윈이 이대로 굴복할 지 재기를 꿈꿀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차이는 중국 정부의 압박 강도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알리바바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꼭 알리바바가 없어도 가능해졌다는 점이 다른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카드가 늘어난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나 핀테크 업체는 이미 많아졌다. 알리바바나 앤트그룹이 꼭 없어도 된다. 그리고 모바일 결제에서도 중국 정부가 운용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가 곧 출시될 예정으로, 이는 금융판도를 완전히 바꿀수 있는 카드가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20년 1월17일 상하이 공장의 첫 ‘모델 3’ 인도식 행사에서 기쁨에 젖어 막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020년 1월17일 상하이 공장의 첫 ‘모델 3’ 인도식 행사에서 기쁨에 젖어 막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테슬라의 경우는 다소 복잡하다. 지난 2월 8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테슬라의 중국 경영진을 ‘웨탄’했다고 밝혔다. 마윈을 부른 그 형식이다. 웨탄에서 당국은 테슬라가 잇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고 소비자 보호에 등한시 했다고 질책했다.

당시 웨탄은 지금까지 테슬라가 중국 정부의 각종 특혜성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해석됐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내에서 순수 전기차로는 업계 최다의 판매를 기록했고 이어 올해 1분기도 역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무역전쟁 와중인 지난 2019년 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제재의 서슬퍼런 상황에서도 중국 상하이에 직접 투자해 현지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중국에 공을 들였다.

일부에서는 직전에 머스크가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을 통해 테슬라 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중국 금융당국의 비위를 거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은 암호화폐의 시용을 금지하고 있고 앞서 지난해 말에 중국 토종기업인 웨이라이(니오)가 비트코인을 통한 자사 차 구매를 언급을 했다가 중국 정부의 비판을 받고 취소한 바도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테슬라의 효용가치가 떨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시장은 작년동기 대비 무려 279.6% 성장했다. 화웨이와 바이두 등 대표적인 중국 IT 기업들이 자체 전기차를 내놓는 등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

중국이 코로나19를 진정시키고 경제정상화에 성공한 이후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024억7,000만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9%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24.8%가 늘어났다. 이제는 테슬라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주 열렸던 상하이모터쇼가 중국 정부와 테슬라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한 테슬라 차주가 “브레이크 사고 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모터쇼에 전시된 테슬라 차량 위에 올라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어찌보면 헤프닝인데, 이후에 마치 짠듯이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의 테슬라 공세가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창안왕은 바로 다음날 온라인 논평에서 “테슬라가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됐다”, “중국인의 돈을 벌면서 중국인을 저버린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25일 중국중앙방송(CCTV)가 테슬라에 대한 비난성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19일 상하이모터쇼의 테슬라 차량 위 기습시위(왼쪽 흰옷 입은 여성)는 단골 아이템이다. /CCTV지난 25일 중국중앙방송(CCTV)가 테슬라에 대한 비난성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19일 상하이모터쇼의 테슬라 차량 위 기습시위(왼쪽 흰옷 입은 여성)는 단골 아이템이다. /CCTV


이후 중국중앙방송(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잇따라 테슬라를 비난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테슬라 차량에 고장이 잦고 사고 후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일방적인 사고 차주들의 비난을 전달하고 있다. 일본식 집단 이지메와 마찬가지다. 이는 앞서 알리바바와는 또 다른 점이다. 중국 정부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관영 매체에서 알리바바의 소식은 지난해말 이후에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물론 두 기업을 ‘토사구팽’한다고 해도 중국 정부의 완전한 승리는 아니다. 중국에서의 기업활동 규제리스크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알리바바와 테슬라를 완전히 굴복시켜려는 중국 정부의 딜레마다. 베이징의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적 대기업을 정부가 쉽게 좌우할 수 있다면 중국에서 어떤 기업도 안심하고 생산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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