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한 공공 배달앱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지자체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문제점을 발빠르게 개선한 것이 것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 공공 배달앱은 여전히 사용처가 제한적인 데다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있어 공공 배달앱 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2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최초로 출시한 전북 군산시의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는 골목상권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일찌감치 시장에 안착했다.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가입자 수 12만8,132명에 주문 건수 42만6,000건을 달성했고 누적 이용 금액은 104억여원에 달한다. 출시 초기 480여개에 불과했던 가맹점 수도 1,300여개로 늘었다.
군산시의 성공 이후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이 전국적인 논란으로 확산하면서 광역자치단체의 공공 배달앱 시장 진출도 본격화됐다. 누적 거래액 150억원을 돌파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주식회사에 따르면 배달특급은 지난해 12월 첫 서비스 이후 100일 만인 지난 3월 누적거래액 1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인 지난 17일 기준 150억원 넘겼다. 화성·파주·오산·수원·김포·이천·포천·연천·양평·양주 등 도내 10개 시·군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배달특급의 가입자 수는 24만7,000여명이고 누적 주문 건수도 60만건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지난 28일 안성에 이어 의왕와 고양 등으로 조만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내에는 도내 31개 지자체 중 28개 지자체에서 배달특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는 “10개 지자체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올해 모든 시·군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속초와 정선에서 지난해 12월 ‘일단시켜’ 서비스의 시범 운영에 들어간 뒤 최근 강릉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동해·태백·삼척을 거쳐 오는 7월까지 원주시와 횡성·영월 등 3개 시·군으로 확대해 하반기께 춘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일단시켜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비와 가입비가 필요 없는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태백과 정선은 기존 민간 배달앱을 이용하는 음식업체보다 일단시켜 가맹을 신청한 업체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달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울산의 ‘울산페달’은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3월 22일부터 4월 27일까지 한 달여 기간 동안 주문건수는 9,300건에 불과하고 가맹점도 1,500여곳에 그치고 있다. 관내 일반음식점이 2만1,000개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소비자가 이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치다. 다만 울산시는 울산페달이 지역화폐인 울산페이의 부가서비스 개념이어서 따로 재정이 투입되지 않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울산과 비슷한 형태로 지난 2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대전의 공공 배달앱 ‘부르심’도 현재 가입자 수 1만6,600명에 가맹업체가 1,400여개에 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시기가 늦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간 배달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출시 경쟁을 의식해 서둘려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 실적이 저조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경남도에서는 기초단체 사이에서 공공 배달앱 도입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거제에 이어 진주와 통영이 서비스 도입에 나섰지만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을 비롯해 김해·양산·밀양은 공공 배달앱 도입을 보류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공공 배달앱 도입에 적잖은 재원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민간 배달앱과의 차별성이 미미하다”며 “지자체의 예산을 부담하면서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전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