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민 자전거' 따릉이, 부품은 온통 일본산

국산 부품산업 사실상 무너져

앞허브·변속레버·브레이크 등

서울시설공단, 日製 사용 명시

민간업체는 중국산 의존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자전거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일본 자전거 부품사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조차 거의 모든 부품이 일본 기업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자전거 부품 산업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최근에는 주요 부품을 국내산으로 사용하려고 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주요 자전거 부품 대부분이 일본 기업 시마노와 산요 등이 만든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시설공단이 서울형 공공자전거를 주요 자전거 업체들로부터 구매할 때 요구하는 구매규격서(24인치 자전거)를 보면 앞 허브, 변속레버, 프리휠, 앞뒤 브레이크 등 핵심 자전거 부품에 대해서 일본 시마노 제품을 쓸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 전조등, 뒷 허브 부품은 일본의 산요 제품을 쓸 것을 명시했다. 체인과 타이어-튜브는 각각 대만의 KMC, 켄다 제품이 요구 규격이다. 20인치 자전거의 경우에도 24인치처럼 시마노, 산요 등 일본 기업 부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시민 안전 문제가 걸려있어 보수적으로 자전거 스펙을 결정했다"며 "국내 자전거 업체들과 협의해서 스펙을 결정하는데 적당한 국산 자전거 부품을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본 부품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에 따라 자전거 수요가 크게 늘면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따릉이 모바일앱 이용자 수는 2019년 3월 17만명에서 지난해 31만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3월엔 46만명까지 상승하면서 2년 만에 2배 가까이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 따릉이 대수도 2015년 2,000대에서 지난해 3만7,500대까지 늘어났다.



자전거 기업 실적도 지난해부터 크게 개선됐다. 자전거 1위 기업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1,2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9억원으로 2년 간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자전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공공자전거부터 민간 자전거 기업들까지 일본산 부품 종속도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부품을 쓰고 싶지 않아도 대체할 마땅한 국내 자전거 부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시마노 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내년 초까지 생산 물량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마노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어도 시마노를 대체할 만한 국내 부품도 없고 시마노를 쓰지 않으면 시장에서 우려를 살 정도다. 실제 일본 시마노 주가는 지난해 3월만 해도 1만5,000엔이었는데 올 초 2만6,000엔까지 오르며 창사이래 최고 기록을 세우기로 했다.

일부 자전거 기업들은 시마노 부품 대신 중국산 부품을 찾는 일까지 생겼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전거 부품 생태계가 꾸준히 돌아가다보니 최근엔 양질의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어 중국산 구동계 등 부품을 찾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수 국내 자전거 부품사들이 있지만 아직은 일본산 부품이 더 많이 쓰이는 게 현실이다. 자전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전거용 유압브레이크나 핸들바, 친환경 자전거 타이어 등 분야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자전거 부품사들이 있다”며 “이들 기업도 연구개발을 확대하며 오히려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생산 능력이나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더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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