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스터리 작가 스테프 차의 LA타임스 도서상 수상작으로, 한 총격 사건에 얽힌 비극적 진실을 한인 여성 그레이스 박과 흑인 남성 숀 매슈스를 중심으로 펼쳐내며 그 안에 인종 갈등의 현실을 그려냈다. 1992년 LA 폭동과 그로부터 1년 전에 일어난 이른바 ‘두순자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두순자 사건은 상점을 운영하던 한국인 두순자가 열다섯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총격 살해한 것으로, 2주 전 벌어진 로드니 킹 사건(백인 경찰관들이 흑인 청년을 무자비하게 폭행함)에 이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흑인 커뮤니티의 분노를 고조시켰다. LA 폭동은 로드니 킹 사건이 불을 댕겼지만, 당시 두순자 사건으로 한인들에 대한 감정이 악화한 흑인들은 폭동 당시 한인 타운으로 몰려가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다.
소설은 한인 가정과 흑인 가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국 내 인종 갈등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폭력을 형상화했다. 책 제목은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힙합 가수 토디 티의 ‘배터램(Batterram)’(1985)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저자는 모티브인 두순자 사건의 골자를 최대한 살리되, 서로 갈등하는 흑인과 한인 커뮤니티에 속한 허구의 인물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 약자에게 남기는 깊은 상처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1만 3,8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