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경찰을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수처에 전달했다. 양측이 사건 이첩 기준에 이어 경찰과의 관계 규정에서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가 30일 출범 100일째에 접어들었으나 검찰과의 충돌 지점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공수처가 경찰을 사법통제하려는 게 법률상 명시돼 있지 않다’는 취지로 공수처에 입장을 알렸다. 근거로는 형사소송법 제197조의 2(보완 수사 요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송치 사건의 공소 제기·유지나 영장 청구 여부 결정에 필요한 경우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 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은 사법경찰관에 대한 직무 배제, 징계를 경찰청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담고 있다. 법률상 징계요구권이 검찰총장·검사장에게 부여됐을 뿐 공수처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동시에 징계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등 지휘·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 검사는 필요시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는 공수처 검사와 검찰 검사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것이지 검찰총장과 공수처장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반면 공수처는 검찰이 해당 법률을 과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요구권만을 기준으로 기관 간 관계 전반을 규정해 지휘·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검찰의 논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징계는 국가공무원법 10장 78조(징계 사유)에 따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반론의 근거다. 해당 조항은 ‘각급 기관의 장은 징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다른 기관 소속 공무원에 대해 관할 징계위원회에 직접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양측은 조만간 다시 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주장한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이어 공수처·검찰 사이에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앞선 1차 협의체에서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박기동 대검 형사정책담당관, 최준영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담당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다시 구성되는 협의체에는 최석규 공수처 부장검사가 등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부장검사가 판사 출신이자 조세법 전문이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김성문 부장검사가 나오는 게 더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