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절반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한다. 삼성그룹 경영권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삼성생명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이 부 회장에게 몰아준 것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0일 삼성생명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통해 이 회장의 지분 4,151만 9,180주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075만 9,591주를 장남인 이 부회장이 상속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기존 0.06%에서 단숨에 10.44%까지 올랐다. 이 부회장은 또 삼성생명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383만 9,726주를 받아 지분율 6.92%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91만 9,863주를 물려받아 3.46%를 확보하게 됐다. 남매가 각각 3 대 2 대 1의 비율로 상속을 받은 것이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며 이 부회장 중심 경영 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S는 ‘몰아주기’ 없이 법정 비율대로 유가족에게 상속됐다. 삼성물산 지분 약 17.33%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120만 5,720주를 상속 받아 지분율이 17.97%까지 올랐다. 이 사장과 이 이사장도 거의 동일한 규모의 주식을 물려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0.7%에 불과한 만큼 가장 규모가 큰 전자 지분을 대부분 상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가(家)는 법정 비율대로 지분을 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핵심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각자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속으로 홍 전 관장이 2.3%의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 부회장은 1.63%의 지분을 갖게 됐다.
삼성SDS 지분은 이 부회장이 2,158주를 상속 받았으며 지분율은 기존의 9.2%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