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자신감은 인접국에 대한 백신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국경을 마주한 국가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것이 탄탄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견조한 성장세의 미국 경제가 일종의 방화벽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화이자 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이 멕시코로 수출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신 수출을 제한한 후 미국에서 생산된 백신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최소 1회의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 이제는 인접국인 멕시코의 코로나19 상황을 안정시켜 경제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접국을 통한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아야 탄탄한 성장 궤도에 오른 미국 경제도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이들은 총 1억 4,38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3억 3,000만 명)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백신 접종을 완전히 끝낸 이들도 99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때 30만 7,000명을 기록했던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5만 9,269명에 그치는 등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반면 해외 상황은 좋지 않다. 인도와 브라질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각각 38만 6,888명과 6만 9,079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는 미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 남는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줄곧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으로서는 인접국, 반(反)중국 동맹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가입국, 동맹국, 기타 국가 등의 순으로 백신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근에 제한적인 국가일수록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멕시코 보건부는 이번주에만 화이자로부터 백신 200만 회분을 공급받고 있다며 이 중 100만 회분은 벨기에 화이자 공장에서 생산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남은 100만 회분이 모두 미시간 캘러머주 공장에서 생산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화이자가 미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면서도 남는 캐파는 해외에 수출할 백신을 생산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화이자는 그간 멕시코에 1,0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해왔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