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곡에 한국의 판소리가 어우러진 공연은 어떤 맛과 멋을 선사할까. 오는 12~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질 제4회 중국 희곡 낭독 공연에서는 중국의 대표 희곡 세 편이 국내 연출진의 손을 거쳐 색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만난다. 2018년 시작해 올해 4회를 맞이한 ‘중국 희곡 낭독 공연’은 중국의 전통 희곡과 현대 희곡을 국내에 소개하는 장으로 그동안 26편의 중국 희곡을 번역하고 출판해왔으며, 번역된 작품을 낭독 공연 페스티벌 형태로 기획해 국내 연극계에 소개해왔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작품은 왕런제의 ‘진중자’(12~13일)다. 고대 중국의 진중자라는 인물이 자신의 인생 목표를 실천해가는 과정을 우화적으로 그려내며 도덕의 부재에 경종을 울리고 현대인에게 삶의 목표와 실천의 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전통극 ‘이원희(梨園戱 ’ 작품이다.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이 전통극은 한국 창작 판소리계를 대표하는 이자람이 대본과 작창을 맡아 새롭게 펼쳐낸다. 대사를 판소리의 ‘사설’로 엮는 언어적 전환과 중국 전통극의 ‘창사’를 ‘창’으로 표현하는 음악적 전환(작창)을 통해 한중 전통극 융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번역은 김우석, 연출은 박지혜가 맡았다.
다음으로 소개될 희곡은 원팡이의 ‘장 공의 체면’(14~15일)이다. 중국의 90년대생을 일컫는 ‘지우링허우(90后)’ 출신 극작가 원팡이가 대학 재학 중에 집필한 것으로 300회 이상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대학극의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1967년 홍위병에게 구금된 남경대학교 중문과 교수 세 명의 서로 다른 기억을 통해 중일전쟁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상반된 두 시대를 효과적으로 엮어냈다. 작품은 내부의 단결이 절실했던 중일전쟁 시기와 집단 광기 속에 개인은 숨죽여야 했던 문화대혁명 시기를 넘나들며 중국 지식인의 유형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역사와 개인의 문제를 균형감 있고 유쾌하게 다룬다. ‘왕서개 이야기’로 2020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연극상을 휩쓴 이준우가 연출을 맡았고, 극단 배다와 장희재(번역)가 함께 한다.
마지막 작품은 류전윈의 동명 소설을 중국 실험극의 선구자 머우썬이 각색한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15~16일)다. 중국 연극계에 매번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던 머우썬은 1990년대 후반 돌연 은퇴했는데, 이후 약 20년 만의 복귀 무대에 올린 게 이 작품이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는 가족과 이웃에 무시당하던 두붓집 아들 양백순과 그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에 이르는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통해 ‘상호 간에 말이 통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를 보여준다. 윤시중이 연출을 맡았고, 오수경이 번역했으며, 극단 하땅세가 함께 한다.
각 작품의 첫 번째 공연 종료 후에는 ‘예술가와의 대화’도 이어진다.
세 편의 공연 외에 중국 희곡과 중국 연극계 현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심포지엄도 진행된다. 심포지엄은 행사의 마지막 날인 16일 오후 5시 30분에 ‘한중 전통극, 경계를 넘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평론가 김옥란이 사회를 맡고, 연출가 배요섭이 한국 측 발제자로,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와 한양대 강사 홍영림 그리고 창극 평론가 이진주가 한국 측 토론자로 참여한다. 중국 측 발제자로는 작가 겸 상해희극학원 문학과 부교수인 궈천즈와 극작, 연출, 연기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지우링허우 공연예술창작자 딩이텅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공연과 부대 행사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