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한 면만 보고 거래소를 한방에 없애버리는 것은 벌써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글로벌 현실과 맞지 않는 조치입니다. 블록체인으로 변하는 세계의 큰 흐름을 역행하지 말고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연일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강력한 규제책을 예고하는 가운데, 국내 유일의 블록체인 법정 단체인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의 최성원(사진) 이사장은 2일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조합은 현재 50여 개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달 2대 이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산업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암호화폐는 시스템 운영과 유동성 공급에 활용되는 미래 가치가 크다"며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의 일부인 토큰 거래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건전한 산업과 문화의 조성이 뒤로 밀린 게 아쉽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암호화폐 거래는 중요하긴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카카오의 클레이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대기업이 중심이 된 블록체인 자산(Assets) 시스템을 한 축으로, 이를 구성하기 위한 블록체인 인프라스트럭처 분야가 더 큰 산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설치형 소프트웨어(SaaS)의 블록체인 버전인 바스(BaaS)가 인프라스트럭처에 해당한다. 그 위에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서비스 등과 같은 블록체인 앱인 '댑(Dapp)'이 활성화된다. 가상자산은 주로 댑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수단이자, 서비스 내 운영을 위한 유틸리티 토큰으로 활용된다. 블록체인을 탈중앙화를 핵심으로하는 4차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봤을 때 암호화폐는 기름이자 혈류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최 이사장은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고 억제하는 것은 음성화를 유도하고 기형적으로 발전시키게 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한국법인에는 가상자산을 통한 외국인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막아 블록체인 산업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며 "이에 따라 연동된 프로젝트나 서비스의 가치가 가상자산의 가치를 결정하지 못하고, 투기적인 심리가 거래소를 지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가상자산을 양성화하고 개인 투자자들보다 국내·외 대형 투자사와 벤처캐피탈(VC)의 진입을 허용해 양성화하면 일자리 창출, 기술 발전, 세수 확보 면에서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다가오는 블록체인 시대를 거스를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이해하고 연착륙시키는 게 부작용이 더 적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또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중소개발사가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국법인은 가상자산을 외국인에게 프라이빗 세일(상장 전 거래)할 수 있는 투자 유치 자체를 막아 놨다"며 “해외투자사, 벤처캐피탈, 헤지펀드 같은 전문투자자들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 이사장은 제대로 된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해 가입 기업을 확대하고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거래소 상장 가이드라인, 가상자산 검증 강화 등 가상자산의 안정화를 지원하는 방안과 증권시장과 같은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유망한 블록체인 기업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이사장은 네이버, 한게임, CJ주식회사, CJ E&M 등을 거쳐 2017년부터는 블록체인기반 게임과 NFT 마켓플레이스를 개발하는 수퍼트리 운영하고 있다.
앞서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은 지난달 초 정기총회에서 2대 이사장으로 최 대표를 선임하고 임원진 구성을 마쳤다. 이사에는 박수용 블록크래프터스 대표,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 김서준 해시드 대표, 정주희 와이에스케이파트너스 대표, 김한석 핸키앤파트너스 대표, 김지호 케이센트 대표 등이 선임됐다. 감사에는 박시덕 후오비코리아 대표와 채훈 블루힐릭스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