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뉴욕을 비롯한 주요 주들의 경제 완전 정상화 소식에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70%와 0.27% 올랐는데요.
현재 시장의 핫이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언급한 인플레이션 논쟁입니다. 최근 그는 연례 주주총회 자리에서 “매우 큰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정상화의 시계가 한 달 반가량 앞당겨지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경기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고 수요 폭발에 따른 물가상승이 예상되는데요. 한동안 주춤했던 인플레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월가의 분위기를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연준 물가상승에 궁지 몰렸다…코카콜라 가격 오르고 구인난에 급여도 인상”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며 “물가가 오르는 사례는 누구나 들 수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결과를 보고 정책을 편다는 ‘아웃컴 베이스’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연준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며 “나는 인플레가 지속적일 것을 우려한다. 이것은 일시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연준이 인플레 우려를 과소평가하면서 지금까지 주장해온 정책방향을 바로 뒤집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인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일시적으로 2%를 넘을 수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이며 5월에는 잦아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저효과와 공급 병목현상이 최근 물가를 올리고 있는데 두개 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죠.
하지만 일부 전문가의 시각은 다릅니다. 물건값과 서비스가격은 오르긴 쉽지만 자의에 의해 내려오는 일은 없습니다. 음식값이 떨어지는 것 본 적 있으신가요? 시장의 우려도 비슷합니다.
이미 코카콜라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소비재 회사인 프록터앤갬블(P&G)도 그렇구요. 곡물과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은 수년 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식당들은 구인난에 직원 급여를 올려야 할 판입니다.
인기 여름 휴양지 가운데 하나인 버지니아비치와 메릴랜드주 오션시티 같은 곳은 6월에 1박에 최소 400~500달러 이상 합니다. 지난해 12월 100~200달러짜리 방이 나왔던 맨해튼도 올 12월은 500~1,000달러 안팎으로 복귀했죠. 코로나19 이전 수준인데 지난해에는 안 그랬으니 물가가 급등한 것처럼 느껴집니다(기저효과).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2.6%나 상승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는데요. 연준은 CPI가 아닌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보지만 CPI와 PCE는 방향성이 비슷합니다. 케이 반 피터슨 삭소뱅크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실제이며 경제가 뜨겁게 돌아가고 있다"며 “지금이 티핑포인트이며 여름에 백신접종이 다 이뤄질 것이고 하반기 완전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플로리다 이어 뉴욕 등도 코로나19 규제철폐…백신 접종확대에 신규 환자 신경 안 써
이런 상황에서 경제 완전정상화 시점이 더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이날 플로리다주는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모두 없앤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처리했는데요.
여기에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등 동부 3주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식당과 체육관, 각종 매장에 적용했던 인원제한 규정이 19일부로 사라집니다. 앞서 뉴욕주는 7일부터 식당 실내 수용인원을 75%로 확대한 뒤 단계적으로 이를 없애나갈 방침이었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7월1일부터 완전개장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정이 19일로 대폭 빨라질 수 있는 겁니다.
결과는 분명합니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는 각종 여행과 소비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3월 개인소득이 전월 대비 21.1% 증가한 데서 보듯 각종 정부 지원에 쓸 돈은 많은데요. 각종 규제가 사라지면 더 많은 이들이 몰려나와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날 백화점 메이시스 주가가 8% 넘게 오른 것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죠.
이같은 분석이 가능한 것은 코로나19 백신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율은 44.4%로 60.8%인 뉴햄프셔를 비롯해 코네티컷(55.8%), 매사추세츠(57.5%), 뉴저지(52.3%), 펜실베이니아(50.6%), 캘리포니아(49.8%), 뉴욕(48.4%) 등 주요 주가 50% 안팎을 기록 중입니다.
아직도 미국에서 수만 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데 경제활동 재개가 가능하냐는 분들이 계신데 현재 미국의 신규 환자수는 3만2,000명가량입니다. 야박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이제 코로나19 신규 환자수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전진만 하는 것이죠. 마스크 착용도 이제 야외에서는 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남부 지역에서는 대다수가 하지 않고 있고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름이 끝날 때쯤 우리는 지금과 매우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7월4일 독립기념을을 기점으로 완전 정상화를 선포해 놓은 상태인데, 동북부 3주가 정상화 일정을 앞당긴 것을 고려하면 다른 주들의 정상화 조치도 금세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면 ‘빠른 정상화→수요 폭등→인플레 압력가중’이라는 고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7%로 예측했습니다.
6월? 잭슨홀 미팅? 아님 9월 또는 11월…테이퍼링 논의 시점 주목
문제는 앞으로 천문학적 수준의 돈풀기가 예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통과시킨 바이든 행정부는 1·2차 인프라 투자계획에 약 4조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셋을 모두 더하면 무려 6조 달러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돈이 나눠집행되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입장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플레가 오면 대응수단이 있다”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대응수단이라는 것은 긴축과 금리인상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면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이 연준이 계속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한 결과 이제는 이를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었는데, 어쨌든 앞으로 연준은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긴축과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입장을 서서히 바꿀 것입니다.
실제 연준이 중시하는 고용지표만 해도 4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6%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입니다. 이렇다 보니 연준이 언제부터 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월가에서는 빠르면 6월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증권사 제프리스는 4월에만 21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수 있다고 보는데(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준) 이 경우 연준이 6월부터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도이치은행은 연준의 연례 행사인 8월 잭슨홀 미팅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하반기는 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고 잭슨홀 미팅이라는 큰 행사에서 정책변화에 대한 신호를 주는 게 자연스럽다는 논리지요.
이 외에 TD증권은 9월, 바클레이스는 11월을 점치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11월에 테이퍼링을 공식화하고 내년 1월부터 매입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다만, 연준의 예상대로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지난달 말 연 1.68%까지 올랐다가 다시 1.606%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구겐하임의 자료를 인용해 “과거 제조업 분야의 공급병목 현상에 따른 높은 가격은 일시적이었다"며 “연말께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더라도 경기회복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① 미국의 경제재개 속도가 한 달 반 정도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② 긴축논의 시점도 생각보다 당겨질 수 있다
③ 증시 등 자금흐름과 시장의 움직임이 급격히 변할 수 있다
④ 단,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며 연준이 당초 예정대로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