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이주 일정이 확정되면서 올 들어 안정되는 듯한 전세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4주구가 오는 6~11월 이주하는데다 맞은편의 3주구도 서초구청의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대로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다 방배13구역도 지난 3월 말부터 이주 중이다.
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이주 계획을 확정했다. 이주 기간은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6개월간이다. 2,120가구의 1·2·4주구는 지난 2018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9년 10월부터 이주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조합원 간 소송이 불거지며 사업이 잠정 중단됐었다. 이후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이번에 이주에 나서게 됐다.
반포 일대 전세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8㎡는 지난달 19일 신고가인 18억 5,000만 원(19층)에 전세 계약서를 새로 썼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6㎡도 지난달 3일 역대 최고가인 25억 원(14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반포탑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2·4주구 이주총회를 전후로 인근 지역에 전세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전세 매물이 쌓여 있다가 지금은 소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1·2·4주구의 이주를 계획했던 2019년 10월에도 전셋값이 2억 원 안팎씩 급등한 바 있다.
1·2·4주구와 마주한 1,490가구 규모의 3주구도 이주를 추진하고 있어 전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주구는 올 2월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고 서초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구청의 인가 승인이 나는 대로 이주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1·2·4주구와 이주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있다. 서초구에서는 방배13구역 1,200여 가구도 3월 말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이주가 진행 중이다. 서초구에서만 5,000가구가량이 이주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포 1·2·4주구와 3주구, 방배13구역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전세 매물 품귀 및 전셋값 급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량이 적다 보니 동작구, 경기도 과천까지 전세 이주가 밀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서울의 경우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 인근 지역의 전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