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말 무사 만루에서 맞은 6번 오른손 타자 호르헤 폴랑코와의 승부도 볼 2개로 불안했다. 이후 3구 연속 파울에 가까스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던진 6구째. 높은 코스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묵직한 공에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여덟 번째 탈삼진이었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출신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빅 리그 선발투수 데뷔전에서 ‘K8’을 찍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못했고 홈런도 맞았지만 ‘볼질’ 없는 공격적인 투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텍사스 구단은 “3⅓이닝에 8탈삼진은 구단 역사상 41년 만의 기록이다. 데뷔 첫 세 경기 중에 한 경기 8탈삼진 이상 기록은 35년 만”이라고 알렸다. 박찬호와 류현진의 5개를 넘는 한국인 선발 데뷔전 최다 탈삼진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6일(한국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선발 3⅓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3 대 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 때문에 경기 시작이 30분 늦어지는 변수에도 양현종은 10개 아웃 카운트 가운데 8개를 탈삼진으로 채울 만큼 거침없었다. 66개 투구 수 중 스트라이크가 무려 44개(66.6%)였다.
1회를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넘긴 양현종은 2회 1사 뒤 미치 가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가버는 지난 2019년 31홈런을 친 거포다. 흔들리지 않고 후속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한 양현종은 3회에도 탈삼진 2개를 보탰다.
타순이 한 바퀴 돈 뒤부터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많아진 것은 곱씹을 만하다. 3회 2사 뒤 1번 타자 바이런 벅스턴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를 잘 잡았지만 1 대 1이던 4회 들어 3~5번 중심 타자를 모두 내보냈다. 넬슨 크루스에게 중전 안타, 카일 갈릭에게 2루타, 가버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를 맞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폴랑코를 삼진 처리했으나 양현종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마운드에 모인 내야수들과 ‘주먹 인사’를 한 양현종은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에게 공을 건넨 뒤 악수를 하고는 살짝 아쉬운 듯한 미소를 띠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어 던진 존 킹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양현종은 시즌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삼진을 뺏은 8개 결정구 중 5개나 차지한 체인지업의 구위가 남달랐지만 4회 들어 공이 다소 높아진 것은 보완할 점이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카우보이 모자를 쓴 양현종은 “던질수록 나만의 리듬을 찾았다. 많은 이닝은 아니었지만 과정이 나쁘지는 않았다.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며 4회 연속 피안타에 대해서는 “볼 배합을 그대로 가져가서 맞았다. 장타를 맞을 때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커브 두 개를 던졌는데 구종 하나를 더 확실하게 던지면 타자 상대가 더 수월할 것이다. 커브를 연마해서 타자가 혼란스러워하는 투구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MLB닷컴은 “포에버 양(Forever Yang): 왼손 투수 양현종이 MLB 첫 선발 등판에서 삼진 8개를 잡았다”고 전했고 댈러스모닝뉴스는 “(양현종의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오늘 정말 잘 던졌다”는 우드워드 감독의 말을 실었다. 양현종은 구원투수로 나선 2경기에서 8⅔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08로 잘 던져 이날 구단 최고령 선발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선발 로테이션에 남을지는 앞으로 코치진의 결정에 달렸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김광현(33)은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4 대 1 승)에서 4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을 했다. 2 대 1로 앞선 4회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돼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29에서 3.06(4경기 1승)으로 낮췄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김광현이 등판한 네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