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방울 토마토와 매도프, 그리고 공화당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바이든 플랜과 관련된 허튼 주장

공화당원들 사실 확인 없이 동조

친분 이용 폰지 사기 반대 개념인

'반감 사기'로 민주당 비방에 치중

폴 크루그먼폴 크루그먼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경제보좌관이었던 래리 커들로는 조 바이든의 기후 정책으로 미국인들은 조만간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여러분은 (고기 대신) 구운 방울양배추를 먹고 식물을 기반으로 한 맥주를 마시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커들로의 발언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도대체 그는 맥주를 만드는 원료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릴에 구운 방울양배추가 정말 맛있다는 것 또한 모르는가.

그보다 중요한 질문은 바이든 플랜과 관련한 이런 허튼 주장을 믿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다. 커들로의 주장에 연방 의원들과 텍사스 주지사에 이르기까지 숱한 공화당원들이 동조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지난 4월 14일 사망한 악명 높은 사기꾼 버니 메이도프에 관해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식생활 변화를 말한 적이 없다. 게다가 고기 대신 구운 방울양배추를 억지로 먹게 하는 강압적인 방식은 바이든식 기후변화 접근법이 아니다. 새 행정부는 세금과 규제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저공해 기술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채찍보다 당근에 무게를 둔 정책이다.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어디서 나온 얘기일까. 커들로는 영국의 우익 타블로이드지인 데일리메일에서 너저분한 기사를 뽑아냈다. 데일리메일 기사는 바이든이 육류 섭취 제한을 추진한다고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다. 대신 발생 가능한 일련의 시나리오를 추려서 제시했다. 그 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은 육류 소비 축소가 온실가스 배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관한 미시간대의 연구 보고서에서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2020년 1월 공개된 것으로 바이든의 기후 플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기에 미국 우파 논객들과 정치인들이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그들의 주장을 실제로 믿는 걸까. 맥주의 원료가 고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커들로의 발언은 그가 단지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뭐가 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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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점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육류와의 전쟁’을 외치는 커들로나 다른 공화당원 모두가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메이도프가 끼어든다.

메이도프가 저지른 폰지 사기극의 이면에는 ‘친분 사기(affinity fraud)’ 개념이 있다. 친분 사기란 공유된 정체성을 이용하는 사기극이다. 메이도프는 부유한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그들과 같은 부류라는 점을 알리는 방법으로 전대미문의 사기극을 저질렀다

이와 유사한 접근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화당 정치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당의 경제정책이 유례 없이 엘리트와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기울자 공화당은 정체를 감추기 위해 선거철이면 맥주 한잔 나누고 싶은 평범한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전략의 이면에는 훨씬 다양한 유권자층을 거느린 민주당원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인식시키려는 공화당의 시도가 있었다. 이것이 친분 사기의 반대인 ‘반감 사기(disaffinity fraud)'다. 목표는 민주당을 미국인이 공유하는 진정한 가치를 무시한 채 ‘인종적 정의나 외치는 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로 묘사하는 것이다. 우파는 집요하게 ‘취소 문화(cancel culture)’와 민주당에 속한 짙은 피부색의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한편 “당을 이끄는 나이든 백인 남성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편다.

지난달 모닝콘서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바이든의 초대형 경기 부양 법안보다 어린이 동화책 시리즈인 ‘닥터 수스’ 중 일부 서적의 출판 중단 소식을 더 자주 들었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바이든이 실제로 햄버거를 금지하려 했다 혹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철거하지 않았다는 보수 논객들과 정치인들의 잘못된 주장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공화당은 비방전에만 치중한다. 커들로는 민주당이 미국의 웰빙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숱하게 빗나간 전망에도 불구하고 부유층 감세가 만병통치약이라고 고집스레 외치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대중이 따라줄까. 바이든 행정부는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진정한 혜택을 주는 정책들로 ‘반감 사기’의 위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바이든의 이런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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