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원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출입 차량의 블랙박스를 분석하며 사망 경위 파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 씨와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현장 주변에서 모두 54대의 CCTV 영상을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 “당시 한강공원을 출입한 차량 133대를 특정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손 씨의 실종 시간대 현장 목격자 중 4개 그룹, 총 6명의 목격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수사에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통화 기록 등도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자료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실종 당일 손 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당일 동선의 상당 부분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동선과 관련된 상황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사라졌던 친구 A 씨의 휴대폰에 대해서는“한강공원과 인근 수중 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강경찰대도 추가 투입해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사라진 A 씨의 휴대폰은 ‘아이폰8’ 기종으로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지난 4일과 5일 실종 장소 근처에서 발견된 아이폰 2대 모두 A 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친구 A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A 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분실한 채 손 씨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으며, 당시 신고 있던 신발을 버린 것으로 알려져 범행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경찰은 “신발을 버린 경위와 손 씨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던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은 A 씨의 아버지가 유력 인사라서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친구 아버지가 권력층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실종 사건 조사를 받았던 A 씨는 손 씨 시신 발견 이후 추가 조사는 아직 받지 않은 상태다. A 씨에 대한 추가 조사 방침에 대해 경찰은 “아직 조사 계획을 정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인의 명확한 규명을 위해 지난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손 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검찰은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며 손 씨 아버지가 진정을 낸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손 씨 아버지 손현(50) 씨가 지난 4일 검찰에 낸 이 같은 진정 사건을 형사3부(허인석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손 씨는 “아무 증거가 나오지 않아 (피의자가) 기소되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수사가 미흡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고 진정 취지를 밝혔다. 손 씨 사인을 밝혀 달라며 지난 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글은 이날 오후 기준으로 3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