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세계 철새 전문가와 국제기구로부터 철새 부양 능력과 생태적 가치의 우수성을 공인받았다
울산시는 환경부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Network Sites)이 태화강,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 울산만 등 총 57.59㎢ 구역을 국제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 Flyway network site)에 등재한다고 10일 밝혔다.
국제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 등제는 우리나라에서는 17번째다. 기존 16개 경로는 서해안 갯벌을 찾는 철새 위주였던 것에 비해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습지와 인구 100만 이상 도심 내 하천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그 와킷슨(Doug Watkins)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총장은 “공해를 극복해 낸 이후 철새를 보호하려는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매년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등재 이후 철새 부양능력이 더 향상되고 안전한 사이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작용해 전문가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지난 2013년 등재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삼호대숲 백로 개체수 조사, 제8회 아시아 버드페어, 철새서식지 관리자 워크숍, 자연환경조사 등을 통해 유무형의 인프라를 확충했다. 또 대상지를 외황강, 회야호 등으로 확대해 지난해 10월 15일 등재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같은해 11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총장 일행이 울산을 방문해 산업시설과 철새서식지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울산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울산의 철새보호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신청서 보완작업과 철새전문가들의 검증과정을 거쳐 국제철새이동경로 중 하나로 기록하게 됐다.
철새이동경로 등재 기준은 람사르 습지 등록 기준을 준용한다. 매년 물새 2만 마리 이상을 정기적으로 부양하거나 전 세계 물새 개체 중 1%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 또 다른 조건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을 상당수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 태화강 철새서식지는 최근 3년간 평균 4만 마리 이상의 철새(2018년 5만 3,286마리, 2019년 4만 8,605마리, 2020년 2만 3,530마리)가 찾고 있다. 흰죽지, 흰줄박이오리, 갈매기, 흰비오리, 민물가마우지 등 5종의 철새가 전 세계 개체수의 1%를 초과하고 있다.
또, 타 사이트에 비해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는 많은 편은 아니나, 종의 수는 다양하다. 황새, 노랑부리백로, 흰죽지, 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과 흑기러기, 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흰목물떼새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찾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등재는 울산시민 모두가 노력한 땀의 결과다”며 “산업과 인구밀집으로 인한 오염을 극복하면서 다시 철새가 찾아오고 그 새를 보호하는 정책과 행동을 세계가 인정해 줬다”고 자평했다. 시는 이어 “이제는 태화강의 기적을 넘어 산업수도에서 세계적 생태도시로 가는 튼튼한 다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에는 철원평야, 한강하구, 천수만, 순천만, 우포늪, 낙동강하구, 인천 송도갯벌 등 16곳이 등재돼 있으며, 해외 19개국, 149곳이 등재돼 있다. 149번째는 오스트레일리아 라이하르트강 고어 베르나딩가 해안이다. 울산이 그 다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는 러시아의 극동지방과 미국의 알래스카로부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지나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르는 22개국을 지나는 경로다. 210개 이상의 개체군에 해당하는 5,000만 개체 이상의 이동성 물새들의 보금자리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