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대외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았지만 부자들은 자동차를, 중산층은 가구와 가전 등 고가 내구재를 구입하며 소비 욕구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계는 내구재 구입 등 불필요한 지출을 미루지만 감염병 위기에는 고가 내구재를 사며 지출 총량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코로나19 경제 위기와 가계 소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가계의 총소비가 4.4% 줄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8.4% 감소했지만 인터넷 쇼핑 등 비대면 소비가 4.3% 늘면서 총소비 감소의 일정 부분을 상쇄했다.
특히 가계의 실질 내구재 소비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9.7% 증가해 관심을 모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4분기에 가계의 내구재 소비가 10.2% 감소한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KDI는 일상적인 소비가 어려워지자 부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가전 등 고가 내구재 소비가 증가한 것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 내구재 지출은 16.4% 증가했으며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19.6%나 지출을 늘렸다. 특히 자동차 등 운송 기구 관련 지출이 5분위에서 27.4%나 늘었다. 가구와 가전 소비도 15.1% 늘었는데 중산층인 3분위와 4분위가 각각 3.2%, 5.5% 늘렸으며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는 6.5% 증가했다.
KDI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 경우 올해 가계 소비 증가율은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하며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가계 소비를 비롯한 경기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