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기자의 눈]혐오 전시장 된 웹툰 댓글창

박준호 문화부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 격렬하게 번지는 젠더 논쟁 여파로 일부 웹툰의 댓글 창이 혐오를 담은 악성 댓글로 들끓고 있다. 최근 웹툰 ‘프리드로우’에서는 여자 등장인물이 “남자가 여자 패면 독자들한테 항의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내가 대신 팰게”라며 다른 여성을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여성 이용자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돼 비판이 빗발쳤고, 대사는 수정됐다.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 중에는 ‘바른연애 길잡이’ ‘성경의 역사’ 등 여성 인물 중심의 웹툰을 타깃 삼아 악플 공세를 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회당 달리는 댓글이 많게는 5만 건이 넘는다. ‘성경의 역사’에서는 대학에서 만난 남자 친구가 불법 촬영 사진을 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등장인물이 “아 미친…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바른연애 길잡이’의 경우 한 인물이 “조금만”이라고 말하며 만든 손 모양이 지금은 사라진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네이버웹툰 측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클린봇’ 기술을 도입해 댓글 창에서 감지된 악플은 즉시 자동으로 가리고 있다. 논란이 된 작가들에 대한 관리·지원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하다. 클린봇은 매우 노골적인 표현의 악플만 가려낼 뿐, 같은 의미를 담은 비슷한 어감의 단어들을 걸러내지는 못한다. 여성 작가의 작품에는 성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도배된 댓글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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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포털은 스포츠 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전격 폐지했다. 일부 선수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하하는 댓글로 인해 당사자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었다고 본 것이다.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연예인들이 늘자 연예 뉴스의 댓글란도 없앴다.

웹툰 댓글란에 대해서도 고강도 조치를 강구할 때가 이미 지났다. 네이버웹툰 측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플랫폼이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악플이 과거 스포츠·연예 뉴스 댓글보다 수위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폐지가 아니라도 좋다. 작가들의 보호가 시급하다. 이대로라면 플랫폼이 악플을 달기 위한 조회 수로 이득을 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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