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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美에는 '첨단 칩' 中에는 '차량용 칩'…생산라인 이원화로 '절묘한 줄타기'

■ TSMC 생존 전략은

바이든 정부 투자 요구 발맞춰

애리조나 공장 최대 6곳으로 확대

中엔 '성숙 공정' 車반도체만 증설

정치적 변수 고려해 '선택과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 도중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 도중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가 미국에는 첨단 공정, 중국에는 성숙 공정 위주로 생산 라인을 재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투자 요구에 화답하면서도 중국 눈치를 보며 중국에도 최소한의 성의를 표하는 모양새다. 전략 자산인 반도체 칩을 두고 미중 간 기 싸움이 가열되는 가운데 TSMC가 절묘한 줄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공장을 기존 1곳에서 최대 6곳까지 늘리는 계획을 마련했다. 추가로 5곳의 생산 라인을 만드는 셈이다. 지난해 5월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3조 4,4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에 발맞춰 기존 계획을 확대했다. 추가 공장의 윤곽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한 요청에 부응한 행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TSMC의 미 현지 투자를 연일 압박해왔다. 세액공제나 투자금 지원 등의 당근책도 내놓았다. TSMC가 미국에서 첨단 공정에 집중하는 것은 대만 현지 사정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대만은 56년 만에 기록적인 가뭄이 닥치면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 가동이 위협받고 있다. TSMC가 자체 재생수 공장을 지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자국에 칩 공장을 짓기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대만을 공식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불안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미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중국이 대만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은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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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TSMC는 중국에서는 성숙 공정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TSMC는 난징 공장에 약 4조 원을 들여 성숙 공정에 해당하는 28㎚ 생산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칩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당장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물론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도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라인은 미국에 두면서 중국에는 한물간 칩 라인만 짓고 있다는 것이다. 28나노 칩은 중국 파운드리인 SMIC도 이미 양산하고 있는 칩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찰싹 붙어 중국에는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는 칩 라인만 건설하고 있는 TSMC가 미울 수 있다. 실제 중국의 정보기술(IT) 전문가 샹리강은 TSMC의 난징 공장 확장 계획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TSMC의 이번 결정을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세 공정 투자에 나설 경우 미국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는데다 중국에 첨단 공정을 둘 경우 기술 유출 리스크에도 노출되는 탓이다. TSMC로서는 중국에는 미국 핑계를 대면서 고급 기술을 지킬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TSMC는 앞으로도 미국·중국·대만에서의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줄타기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첨단 소프트웨어와 지적재산권(IP)을 통제하는 곳은 미국인 만큼 TSMC로서는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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