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자학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공자학원 웹사이트에 6·25 전쟁이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 전쟁’으로 묘사된 부분을 지적하며 “공자학원은 공산주의 체제 선전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국회에서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진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과 중국 문화 홍보를 위해 교육부 산하에 만든 기관이다. 중국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서울에 ‘공자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전 세계 162개 국가에 총 545개의 공자학원을 세웠다. 공자학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은 중국 정부가 설립 자금과 교사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를 유치하는 곳에서는 강의실 정도만 제공하면 된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공자학원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체제 선전 외에 각국 정보 수집, 중국에 협조할 간첩 포섭, 해외 거주 중국인·유학생 감시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 곳곳에서 공자학원 배척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연 스웨덴은 지난해 마지막 남은 한 곳마저 폐쇄했다. 미국도 공자학원을 첩보 기관으로 여겨 계속 줄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9월 “연말 이전에 모든 기관을 폐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의 마체이 시말시크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장이 현지 공자학원장으로부터 ‘잠은 잘 자나. 빅브러더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아 협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자학원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시말시크 소장은 슬로바키아 내 중국 기관의 자금과 영향에 대한 보고서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세계는 소프트파워(문화·예술 등을 통한 영향력)를 넘어 이제 샤프파워(비밀스럽고 탈법적 수단을 통한 영향력)까지 주저 없이 활용하려는 중국의 팽창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공자학원이 있는 우리나라도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