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는 것들 2


최 영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나무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땅 속을

천천히 걷고 있다는 것을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꽃, 나비, 새, 바람, 하늘도

맨발이라는 것을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인간들만

신발을

신었다는 것을







꽃집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꽃과 나무들이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값싼 플라스틱 신발부터 고급 세라믹 신발을 신은 식물들이 화사한 여행을 꿈꾸고 있다. 아직 걸음이 서툴러 외발로 서 있지만 설레어 다리 아픈 줄 모른다. 꽃집 주인은 구멍 난 신발에 물과 액비를 주며 날마다 웃는 연습을 시킨다. ‘축 발전’ 개업식 띠를 두른 고무나무가 의젓하고, ‘축 생일’ 카드를 꽂은 제라늄이 발랄하다. 산책로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개들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마리당 두 켤레씩 신는다. 머리에 신을 이고, 발에 신을 신고 다니는 영업사원들이 자꾸만 웃는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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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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