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확대 의사를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비중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 공장 증설과 함께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13일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에 부응하는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 회의에 참석해 “국내 증설 또는 M&A까지 고려해 2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캐파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인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갖는 기업인데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8인치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하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가 개발과 양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국내 팹리스의 성장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탄생이 M&A에서 시작된 만큼 향후 투자 행보에서도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인물이기 때문에 추가 M&A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도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기옥시아(도시바메모리) 투자와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시점에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새로운 대규모 M&A를 앞둔 행보라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자회사로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대규모 공장 증설도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담당하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액의 2~3%에 불과한데 이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SK하이닉스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현재 중국 우시에 공장을 보유해 8인치 웨이퍼 기반 이미지센서(CIS), 파워반도체(PMIC)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