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게 ‘빅3’가 맥주병 색깔을 모두 달리하면서 맥주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놓고 펼쳐질 경쟁 구도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하이트진로 테라의 녹색병에 맞선 오비맥주의 한맥이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또 투명병 ’올뉴카스'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갈색병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성장세를 회복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13일 시장 조사 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1분기 가정용 맥주시장 판매량에서 5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며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품별로 놓고보면 카스가 약 38%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 올랐고 테라는 약 18%의 점유율을 차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자사 브랜드 간 점유율 잠식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올해 2월과 3월 각각 녹색병 ‘한맥’과 투명병 ‘올뉴카스’를 출시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한맥의 경우 도매사 사입률이 4월까지 3개월 연속 100%를 유지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라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국산 쌀 100%를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투명병으로 갈아입은 오비맥주의 주력제품 ‘올뉴카스’의 경우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내세우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투명병으로 카스를 바꾸면서 청량함과 깔끔한 카스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며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 풀리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업계 최초로 녹색병 맥주를 선보인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빠른 속도로 카스를 뒤쫓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지난 3월말 기준 2년만에 누적판매 16억 5,000만병을 돌파했다. 1초에 26병을 판매함으로써 역대 브랜드로 가장 빠른 속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등 어려운 여건에서 지난 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105% 증가했다”며 “특히 가정용은 120%나 증가하며 홈맥 시장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수입맥주 브랜드도 녹색병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탓에 아사히 맥주 매출이 크게 줄면서 수입맥주 1위 자리에 하이네켄이 올라섰다. 지난 해 하이네켄코리아 매출은 1,329억원으로 전년대비 8.1%나 증가했다. 하이네켄도 초록 컬러 병과 캔으로 주류 판매대에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녹생병에 담겨 출시된 오비맥주의 한맥이 홈맥주 시장의 ‘다크 호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갈색병을 고수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는 올해 출시 7주년을 맞아 디자인을 리뉴얼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맥주 부문 매출은 2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클라우드 생 드리프트가 가정용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었다”며 “주류 부문 실적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상승세에 탄력이 붙은 롯데칠성음료는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패키지를 고급화한데 이어 글로벌 스타인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맥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