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를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여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표결 강행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의결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여당이 단독으로 총리·장관 임명 절차를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이 거세져 여야의 대립이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개회한 가운데 국토교통위원회 개회도 요청해 여당 단독으로 임혜숙·노형욱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정회됐다. 여당이 임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기습 채택할 것을 우려해 야당 의원이 반발한 끝에 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의원 11명은 이날 오후 4시 노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토위 전체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노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곧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회의 일정을 잡아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고 해서 나머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순순히 채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열린 긴급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보다 더욱 문제가 많은 임혜숙·노형욱 후보에 대해 대통령이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임혜숙·노형욱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박 후보자의 것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인 서병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하면서 채택은 무산됐다. 서 위원장은 “이 의제는 이미 원내대표 간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어 그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위원장 입장”이라며 “양당의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주재로 만난 자리에서 김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두고 강하게 맞섰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인청특위 산회에 대해 “국민의힘이 지금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며 “국무총리 인준 동의안 협상 자체를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대표 대행은 “국무총리 공백은 명확하게 대통령과 민주당에 책임이 있는 사안”이라며 “정세균 전 총리 본인의 대권 행보 때문에 물러난 것 아닌가”라고 맞섰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김 후보자 인준 여부를 두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은 박 후보자 자진 사퇴로 야당 의사를 충분히 수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야당은 임 후보자가 추가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후보자들의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단독 처리 강행과 이에 따른 야당의 반발로 여야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늦어도 오후 6시에는 본회의를 열고 임명 동의안 처리를 해야 한다”며 “오늘 본회의를 열어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야당은 우선 오늘 김 후보자 표결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