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파워게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출격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 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 능력 2배 확대안을 검토하는 등의 초격차 전략을 공개했다. 정부도 K반도체 전략으로 화답했다. 다만 정부 정책 중 세액공제 확대 외에 눈에 띄는 육성책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 투자의 연속성을 담보할 사령탑이 없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경기도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 대회에 참석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시스템 반도체까지 세계 최고가 돼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의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공개된 K반도체 전략의 핵심은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관련 세액공제 확대다. 정부는 세제 분류에 ‘핵심전략기술’ 항목을 신설해 반도체 대기업의 R&D 비용 중 30~40%, 설비투자 비용의 6~10%를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줄 방침이다. 용인과 평택 등 K반도체 벨트가 구축되는 곳에 10년간의 용수 물량을 확보하고 반도체 시설 투자 지원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반도체설비투자특별자금’을 신설한다. 향후 10년간 석박사급 전문 인력 7,000명 등 총 3만 6,000명의 관련 인재도 양성할 방침이다. 다만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10년간 투자 금액이 510조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정부 배정 예산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또한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발맞춰 2년 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 원의 투자 계획에 38조 원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K반도체 전략 공개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반도체 전공 교수는 “정부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육성 방안을 발표한 후 2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육성 의지가 뒷걸음질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이번 정책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며 “총수가 부재한 삼성전자 또한 전문 경영인인 체제에서는 보수적 투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예전 같은 초격차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